“너 백신 맞았어?”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맞아 아무 생각 없이 이런 말을 툭 던졌다가 상대방 심기를 건드리거나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사생활을 중시하는 사람일수록, 또는 특별한 개인 사정이나 정치적·종교적 이유 때문에 백신을 맞지 않은 성향이 강할수록 민감한 질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성인 70% 이상이 접종을 완료한 미국에선 ‘백신 에티켓’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백신 에티켓: 코로나 대유행 시기를 정중하게 헤쳐나가는 법”이라는 기사에서 상대방의 백신 접종 여부를 묻는 요령을 제시했다. 중요한 건 접종 여부를 묻기 전, 내가 왜 묻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상대방과 안전하게 교류하기 위한 목적의 질문이라면 괜찮지만, 꼬치꼬치 캐묻는 것은 예의에 어긋날 수 있다고 봤다. 기저 질환이 있거나 건강상 이유로 백신을 맞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대화 중에 자연스럽게 내가 먼저 접종 상태를 밝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그래야 상대방도 부담 없이 자신이 백신을 맞았는지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때와 장소에 따라 백신 에티켓은 달라질 수 있다며 상황별 팁을 소개했다. 자신이 고용주나 직장 상사라면 직원의 백신 접종 여부를 물을 때, 묻는 이유를 명확히 해야 한다. 한 명에게 묻지 말고 모두에게 묻되, 업무상 불확실성을 없애고자 묻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미팅을 사무실에서 할지 더 넓은 곳에서 할지 정하려는데, 오늘 회사로 출근한 사람 중에 백신을 맞은 사람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같은 식이다.
일상에서는 ‘쿠션어(Cushion+語)’를 활용하라고 했다. 듣는 사람이 기분 나쁘지 않게 푹신한 쿠션 같은 말을 미리 깔아 포장하라는 것이다. “내가 좀 과하게 조심하는 것 같긴 한데… 너 맞았니?”처럼 묻는 것이 좋다. 백신을 맞지 않은 친척이 가족 모임에 오겠다고 하는 난처한 상황에선 “필요하면 단호하게 거절하라”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 한국에서도 백신 에티켓이 중요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백신 접종 여부를 묻는 것은 중요하다”면서도 “개인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사려 깊게 질문해야 한다. 만약 상대방이 답변을 거절하면 이 역시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