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독립기념일인 19일(현지 시각) 아프간 전역에서 아프간 국기를 흔들며 탈레반에 저항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탈레반이 시위대를 구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날 아프간 수도 카불과 여러 도시에선 수많은 시민들이 아프간 국기를 들고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 만세” “내 국기, 내 정체성(My flag, my identity)”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탈레반 무장 대원들이 아프간 국기를 든 시민들을 폭행하는 영상들이 12개 이상 올라왔다.
한 영상에서 탈레반 무장 대원들은 차를 타고 지나가다 한 남성이 아프가니스탄 국기를 머리와 몸에 두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멈춰선다. 자전거를 타고 있던 남성은 무장 대원이 총을 겨누며 다가오는 것을 보자 멈춰 선다. 이후 무장 대원은 국기를 모두 압수한 후 남성의 머리를 세게 내려친 후 돌아갔다.
다른 영상에서도 한 남성이 아프간 국기를 들고 자전거를 타고 가다 무장 대원의 눈에 띄었다. 무장 대원은 즉시 총을 거꾸로 잡고 총 손잡이 부분으로 그를 힘껏 내려친다. 다행히 이 남성은 공격을 피한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무장 대원이 국기를 들고 가던 남성을 총으로 폭행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대원은 총 뒷부분으로 남성의 머리를 가격한 후 남성이 이를 막으며 뒷걸음질 치자 그를 따라가며 그의 등과 팔 등을 연거푸 내려친다.
해당 영상들을 본 전세계 네티즌들은 “이게 탈레반이 말한 평화냐” “할 말을 잃어버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한 ‘아프간을 구하라’(#saveafghan), ‘아프간 여성을 구하라’(#saveafghanwomen) 등의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아프간 네티즌들은 “이 탈레반 대원은 적어도 시민을 쏘진 않았다” “시민을 어디로 끌고 가지 않고 때리기만 해서 다행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탈레반이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곳곳에선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시민 모함메드 살림은 “시위 도중 여러 명이 숨졌다”며 “탈레반의 총격 때문인지, 압사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프간의 소식에 세계 각지에서도 아프간 국민을 지지하는 시위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청 앞에서는 아프간을 위한 철야 시위가 열렸다. 전날 영국 런던에서는 의회 광장에서 전 아프가니스탄 통역사들이 영국군을 도와 자국민들의 대피 지원을 촉구하며 시위가 벌어졌다.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탈레반에 살생을 중단하고 여성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