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지난 26일(현지시각) 벌어진 자폭 테러 공격을 가까스로 피한 아프간인들이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아프간에서 미군을 지원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협력했다고 밝힌 무함마드는 27일 CNN을 통해 “어제 가족들과 폭발 현장에서 불과 50보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며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고 말했다.
무함마드는 당시 가족과 함께 아프간을 떠날 비행기 탑승편을 알아보기 위해 카불 공항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테러 현장 인근은)피 바다였다”며 “몇 걸음만 가도 발 아래 시체가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가족들을 데리고 집으로 갔다”며 “상황이 너무 안 좋아서 딸들이 보지 못하도록 눈을 가렸다”고 했다. 그는 보안상 이유로 성은 밝히지 않았다.
26일 카불 공항에서 이슬람 극단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분파인 IS-코라산(IS-K)이 자폭 테러를 감행해 미군 13명을 포함, 최소 170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을 당했다.
특히 이번 테러는 공항의 주요 진입 통로인 애비 게이트 인근에서 발생했다. 해당 게이트 주변은 탈레반 검문소를 통과한 후 공항으로 가기 전 난민을 수용하는 장소로 사용됐었다. 이 때문에 게이트 주변에는 대피를 희망하는 수천 명의 아프간인들이 며칠째 모여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다른 목격자들도 당시의 상황을 비극적으로 묘사했다. 미국 특별 이민 비자를 가진 국제 개발 그룹의 전 직원은 26일 로이터에 “누군가 내 발 아래서 땅을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며 “사망자와 부상자가 폭발 현장에 흩어져 있었고 시신과 신체 일부가 토네이도에 휘날리는 비닐 봉지처럼 공중으로 날아갔다. 지구 최후의 날 같았다”고 말했다.
테러 직후 소셜미디어에는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도 올라왔다. 영상에는 바닥에 쓰러진 시신 속에서 부상자를 도우려는 군중들의 혼란스러운 모습과 피투성이 된 사람들이 수레에 실려가는 모습이 담겼다.
이번 테러를 감행했다고 밝힌 IS-K는 “(이번 공격은) 미군 및 미국에 협력한 아프간인을 표적으로 한 것”이라며 “목표 중엔 탈레반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갖고 울먹이며 “끝까지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IS-K 지도부 및 시설을 공격할 수 있도록 군에 작전 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