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보 당국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중국 우한 기원설을 밝혀내기 위해 진행했던 90일간의 조사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미 국가정보국(DNI)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제출한 코로나 기원 조사 보고서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이 개발한 생물 무기일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 보도했다. 이번 조사의 핵심이었던 바이러스 발원에 대해 이 보고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WP는 전했다. “코로나의 기원에 대해서는 동물에서 인간으로 자연 전파됐다는 설과 중국의 실험실에서 유출됐다는 설이 있는데, 두 가지 안이 여전히 모두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는 게 90일 동안 진행한 조사의 결론이었다는 것이다.
코로나의 기원과 관련해 중국 우한 실험실 유출 가능성이 미국 등에서 꾸준히 제기되자 중국은 강력히 반발해왔다. 올해 1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 현지 조사를 벌인 뒤 우한 실험실 유출 가능성이 낮다고 발표했지만, 조사 과정에 중국이 입김을 행사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코로나가 어디서 유래했는지 조사해 보고하라고 정보 당국에 지시했다. 당시 2개 기관은 동물 매개 감염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결론을 낸 반면, 1개 기관은 실험실 유출 가능성을 더 높이 평가해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다시 5월에 18개 국가 정보기관에 90일간의 재조사를 명령했다. 이 지시에 따라 기관들이 ‘코로나 중국 실험실 유출설’을 파고들었지만 결국 밝히는 데 실패한 것이다. 미 정보 당국은 코로나 발원 규명에 실패한 책임을 중국에 돌렸다. DNI는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는 정보 공유를 거부하고 다른 나라를 탓하면서 코로나 기원에 대한 국제적 조사를 훼방 놓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이 같은 행동은 조사 결과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관영 CCTV 인터뷰에서 “미국이야말로 육군 포트 데트릭 기지에서 코로나가 유출됐다는 의혹을 밝혀야 한다”며 “오히려 미국이 불투명하고 비협조적”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우한 실험실 유출설’에 맞서 ‘미군 실험실 유출설’을 꾸준히 주장하며 최근에는 WHO에 정식 조사를 요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보고서가 공개된 지난 27일 “세계는 답을 알 권리가 있다. 나는 해답을 얻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더 이상의 추동력을 갖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우한 기원설 규명 실패는 아프가니스탄 철군 정책 실패로 궁지에 몰린 바이든에게 또 다른 정치적 악재가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