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에서 지난 1일(이하 현지 시각) 사실상 낙태를 금지하는 법이 발효된 이후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텍사스 주지사가 “강간범을 근절하겠다”는 엉뚱한 답변을 내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미국 NBC방송 등은 7일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주지사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낙태금지법에 대해 옹호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같은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텍사스에서 시행된 태아심장박동법은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6주 이후 모든 낙태를 사실상 금지한다. 하지만 임신 6주차는 여성이 임신 사실을 인지하기 어려운 시기인데다, 성폭행 등 범죄 피해나 근친상간 같은 기형 우려에도 낙태를 허용하지 않아 시민들의 반발을 샀다. 타인이 불법 낙태를 시술한 의료진과 이를 방조한 모든 사람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도 비판받고 있다.
애벗 주지사는 “이 법안은 성폭행 피해자들의 출산을 전혀 강요하지 않는다”면서 “임신 중단이 가능하도록 6주의 기간을 보장하고 있다”고 했다. 성폭행 피해를 입은 여성이 임신을 하더라도 6주 이내에 낙태 수술을 받으면 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그러면서 “텍사스는 미래의 모든 강간범을 근절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며 “텍사스에는 강간 피해자 누구나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고 했다.
이같은 애벗 주지사의 발언을 두고 시민들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네티즌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텍사스 공화당 의원들은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마스크 착용과 백신 접종에 대해서는 ‘내 몸, 내 선택’이라고 외치면서, 친인척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에게는 ‘당신은 임산부일 뿐이며, 강간범의 아이를 강제로 낳아야 한다’고 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주지사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너무 많이 봤다. 주지사가 강간범이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미리 알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왜 지금까지 이 능력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건가”라면서 “왜 강간범을 신고하는 것에 대해서가 아닌, 낙태 시술을 시도한 여성을 신고하는 것에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인지 답하라”고 했다.
한편 댄 패트릭 부주지사도 논란에 휩싸였다. 낙태금지법에 항의하는 의미로 텍사스를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오리건주 포틀랜드시를 비하하는 발언을 쏟아내면서다.
포틀랜드시는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텍사스산 상품·서비스 거래와 텍사스로의 공무원 출장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패트릭 부주지사는 “완전한 재앙의 도시”라며 “포틀랜드가 텍사스를 보이콧하겠다는 것은 완전히 우스운 일이고 텍사스는 어느 때보다 번창하고 있다. 타락한 관리들이 이끄는 포틀랜드는 무법 행위를 허용하지만, 텍사스는 아이와 경찰을 소중히 여긴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