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도피생활 끝에 붙잡힌 중국 여성 연쇄살인마가 사형을 선고받았다. 남자친구에게 학대당해 어쩔 수 없이 범행에 가담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2일 신화통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난시성 난창 중급인민법원은 지난 9일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라오룽즈(47)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모든 정치적 권리를 박탈하고 전 재산을 몰수하라”고 명령했다. 판결이 나오자 라오룽즈 고개를 떨군 채 울음을 터뜨렸다.
라오룽즈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남자친구였던 파즈잉과 함께 3살 여아를 포함한 7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시작은 1993년이었다. 딸아이의 엄마이자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던 라오룽즈는 연상의 유부남 파즈잉을 만나 연인으로 발전했다. 당시 파즈잉은 무장강도죄로 8년을 복역하고 막 출소한 상태였다.
2년 만에 라오룽즈는 교직을 버리고 유흥업소 매춘부로 활동했다. 파즈잉과의 공모로 범행을 벌이기 위함이었다. 당시 라오룽즈가 사업가 등 부유층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해 유인하면, 파즈잉은 그 피해자들을 폭행한 뒤 가족에게 몸값을 요구했다.
두 사람은 난창, 원저우, 창저우, 허페이 등 4개 도시에서 7명을 납치, 강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3살 여아도 포함됐다. 법원은 라오룽즈가 이중 5명을 살해하는 데 직접 가담했고 다른 2명의 사망에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파즈잉이 1999년 7월 마지막 범행 도중 피해자의 집에서 붙잡히고 나서야 이들의 연쇄 살인은 끝이 났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파즈잉이 거짓 진술을 한 덕에 라오룽즈는 경찰의 수사망을 피할 수 있었다. 이후 파즈잉은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고 그해 12월 처형됐다.
라오룽즈는 신분증을 위조해 20년간의 도피 생활을 이어갔다. 그런 그가 덜미를 잡힌 건 2019년 11월 매우 뜻밖의 장소에서다. 푸젠성 샤먼시의 한 쇼핑몰에 시계를 판매하러 갔던 그는 건물 입구에 있는 안면인식 기계에 얼굴이 찍혔고, 신원이 들통 나 경찰에 붙잡혔다.
라오룽즈는 재판이 시작된 지난해 12월부터 줄곧 억울함을 호소하며 파즈잉의 학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계속 도망치려 했으나 남자친구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가 가족을 찾아가 협박했기 때문”이라며 “강요에 의한 범행이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라오룽즈 측은 현지 언론에 항소 계획을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