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 시각) 엘살바도르에서 부르케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반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AFP 연합뉴스

엘살바도르에서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하는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15일(현지 시각) 수도 산살바도르 등에서 수천 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나이브 부켈레 정부에 항의했다. 이날은 엘살바도르 독립 200주년 기념일이기도 하다.

시민들은 ‘독재 타도’ ‘연임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시위를 촉발한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비트코인이다. 엘살바도르는 미국 달러를 공용 통화로 사용하고 있는데, 지난 7일부터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도 법정통화로 인정했다. 이는 부켈레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정부는 국민에게 1인당 3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주며 사용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과 범죄 악용 우려 등 때문에 반대 목소리가 여전히 거세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이 비트코인 통용에 반대했다.

15일 엘살바도르에서 비트코인 ATM기가 불타고 있다./AFP 연합뉴스

이날 시위대는 비트코인 입출금기(ATM)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정부가 비트코인 법정통화도입에 맞춰 엘살바도르 전역에 설치한 ATM기 200대 중 하나다. 다만 시위는 대체로 평화적이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이날 시위대는 부켈레 대통령을 독재자로 부르며 항의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2019년 6월에 취임했다. 40세의 젊은 지도자로 줄곧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엘살바도르 안팎에선 삼권분립 원칙을 무시한 독재자라는 비판도 나온다.

여당의 총선 압승으로 의회까지 장악한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 5월 야권 성향의 대법관을 무더기로 해임했다. 대폭 물갈이된 대법원은 최근 대통령의 연임이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려 부켈레가 재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또 의회를 통해 60세가 넘었거나 근속 30년 이상 판사는 모두 해고하는 법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