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상인간 화즈빙이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부르는 모습. /동영상 플랫폼 '비리비리'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연예인급 화제를 모으는 인물이 있다. 명문 칭화대 컴퓨터과학과에 입학한 새내기 화즈빙이 그 주인공이다. 청순한 외모와 지적인 매력, 맑고 고운 목소리로 단번에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그에게는 엄청난 비밀이 있다. 실재하지 않는 가상인간이라는 것이다.

최근 동영상 플랫폼 틱톡과 비리비리 등에는 화즈빙이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영상이 올라와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안에 담긴 화즈빙은 긴 머리를 질끈 묶은 포니테일 스타일을 한 채 편안한 옷차림으로 통기타를 안고 있다. 이어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연주하며 부른다.

정면 카메라를 바라보며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리기도 한다.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기타 코드를 실수 없이 잡기도 한다. 청아한 목소리도 보는 이의 귀를 사로잡는다. 매력 만점 모습에 화즈빙은 결국 틱톡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화즈빙이 칭화대에 등교하는 모습. /중국 바이두 영상

누가 봐도 어색하지 않을 이 영상은 사실 모두 만들어진 장면이다. 화즈빙의 얼굴, 표정, 목소리는 전부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을 참고한 인공지능 작품이다. 화즈빙이 연주하고 불렀던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화즈빙은 칭화대 컴퓨터학과 지식공정실험실이 개발한 가상인간이다. 칭화대 탕졔 교수, 베이징즈위안인공지능연구원(BAAI), AI 기업 즈푸와 샤오빙이 공동으로 작업했다. 지난 6월 칭화대 컴퓨터학과에 입학했다는 설정을 부여했고, 화즈빙은 중국 제1호 가상인간 대학생이 됐다. 학교는 이미 학생증과 이메일 계정까지 발급해 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바이두 영상

29일 신화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화즈빙은 중국 초대형 AI 지능형 모델인 ‘우다오 2.0′으로 구현됐다. 우다오 2.0은 BAAI 주도로 개발된 딥 러닝의 새 버전으로 1조7500억개의 매개변수를 갖춘 세계 최대 인공신경망 모델로 알려져 있다. 화즈빙이 시 쓰기, 그림 그리기, 작곡, 댄스 등 문화·예술에 깊은 조예를 자랑하는 것도 바로 이 덕분이다.

탕졔 교수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화즈빙의 지식수준은 6세 정도이고 내년에는 12세쯤이 될 것”이라며 “대학을 졸업하는 시기는 22세”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개발자들도 “꾸준히 생각하고 공부해 사람을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요구에 맞는 상호작용을 하면서, 인간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길 바라는 취지에서 설계했다”며 “차세대 AI에 대한 시도”라고 자평했다.

국내 최초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 /인스타그램

화즈빙의 등장은 최근 국내에서 활약 중인 로지(ROZY)를 떠올리게 한다. 로지는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개발한 가상 인간이자 한국 최초 ‘버추얼 인플루언서’다. 실제 연예인처럼 매니지먼트사와 계약을 맺어 활동을 펼치는 설정이며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도 갖고 있다. 현재 팔로워 수는 9만8000여명에 달한다.

특유의 발랄한 이미지와 힙한 라이프 스타일도 연일 화제를 모은다. 지난 27일에는 LF 영캐주얼 브랜드 질바이질스튜어트 광고 모델 발탁 소식이 전해지며 MZ 세대의 스타일 아이콘으로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