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현지 시각)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이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이 최근 로마 교황청에 외교 관계 수립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대만과의 단교를 요구했다고 이탈리아 유력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가 지난 2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익명의 교황청 관계자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교황청이 대만과 외교 관계를 단절한다면, 그 대가로 외교관계를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교황청은 “베이징에 교황청대사관을 설립하는 것이 먼저”라며 그 이후에 대만과의 관계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교황청이 중국·대만과의 관계에 대해 고위급 외교 라인에서 분명한 틀을 제시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과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맺은 국가들에 양자택일을 강요해왔다. 교황청은 현재 유럽 지역에서 대만과 수교를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특히 최근 대만을 두고 미국과 중국 사이 긴장감이 커지면서 중국이 계속해서 교황청에 한쪽을 선택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며 “바티칸(교황청) 입장에선 소프트 파워가 한계를 드러내는 전형적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만중앙통신(CAN)은 “교황청은 지금까지 어떤 나라와도 주도적으로 외교 관계를 끊은 적이 없기 때문에, 교황이 상당히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해당 보도에 대해 대만 외교부는 “교황청과 현재 긍정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CNA 등 대만 매체에 따르면 어우장안 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대만과 교황청은 따뜻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소통 창구가 열려 있다”며 “공유하는 가치를 바탕으로 교황청과의 협력 관계가 깊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