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 설리번(왼쪽)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6일 스위스 취리히 공항 근처 호텔에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회담한 뒤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1일(현지 시각) 호주 로이연구소와의 화상 대담에서 “미국에 베팅하라”고 말하며 동맹국들이 대중 포위전선에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설리번 안보보좌관은 이날 미국이 안보동맹 ‘오커스’(AUKUS)를 결성하며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호주에 넘겨주기로 한 결정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호주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당신이 강력한 친구이고 동맹이고 파트너라면 우리(미국)에게 베팅(bet)하라. 우리는 당신에게 베팅할 것’이라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우리는 당신(호주)을 믿고 신뢰하기 때문에 우리가 보유한 가장 앞서 있고, 가장 민감한 기술로 함께 하려고 한다”고 했다.

미국은 지난 9월 영국, 호주와 3국 안보협력체인 오커스를 창설하고 미·영이 힘을 합해 호주의 핵 잠수함 선단 창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핵추진 기술 이전은 1958년 영국에 핵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기술을 넘겨준 이후 처음이다.

폴 키팅 전 호주 총리가 지난 10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력이 미국을 능가할 것이고 미국은 아시아 안보를 보장할 수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한국과 일본에 영구 주둔하는 미군이 보여주듯이 미국은 계속해서 이 지역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수십 년 동안 인도·태평양 지역의 주둔국이었다”면서 “이것은 우리의 기본적인 정체성”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태평양 국가(Pacific nation)이자 태평양 국가였으며 앞으로도 태평양 국가일 것”이라고 했다.

미중 관계에 대해서는 “미중이 신냉전·충돌로 가고 있다는데 우리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을 선택권이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극심한 경쟁이라고 부르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면서 “경제와 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차원에서 중국과 열심히 경쟁하고 미국의 가치를 수호할 것”이라고 했다.

설리번 안보보좌관의 이러한 발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냉전으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언급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같은 날 제28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회의 기조연설에서 “아태 지역은 냉전 시대의 대립과 분열로 돌아갈 수도, 돌아가서도 안 된다”면서 지정학적 소그룹이라는 용어로 오커스 등 미국의 동맹 강화 움직임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