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 리튼하우스(18)/CNN

“배심원단이 옳은 평결을 내렸다. 자기방어는 위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그들이 올바른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이 잘 풀려서 기쁘다. 힘든 여정이었지만, 우리는 결국 해냈다. 우리는 힘든 과정을 잘 이겨냈다.”

미국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 현장에서 총을 쏴 2명을 숨지게 한 카일 리튼하우스(18)가 배심원단으로부터 무죄 평결을 받은 뒤 한 말이다.

리튼하우스는 시위 현장에서 2명을 총격살해하고, 1명을 다치게 했다. 그의 총에 숨진 피해자 1명은 우연히 현장을 지나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튼하우스의 무죄 평결을 두고 미국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불거진 가운데, 이 같은 심정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보수 성향 매체 폭스뉴스는 20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리튼하우스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사전 홍보 영상을 공개했다. 2분 정도의 해당 영상에는 무죄 평결을 받은 뒤 법정을 떠나는 리튼하우스의 모습이 담겼다. 그는 이 영상에서 ‘재판이 잘 풀려 기쁘다’고 심경을 전했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내달 폭스뉴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그에 앞서 리튼하우스는 22일 폭스뉴스 간판 앵커 터커 칼슨이 진행하는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직접 심경을 밝힌다.

미국 CNN은 이에 대해 “재판의 뒷 이야기를 담은 영상은 다큐멘터리를 위한 것이다. 폭스의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을 유도하는데 이 비극이 이용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리튼하우스는 지난해 8월 25일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시위대에게 총을 발사했다. 당시 이곳에서는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경찰 총격으로 반신불수가 된 사건을 계기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방화, 약탈 등 시위가 과격해지자, 당시 17세였던 리튼하우스는 지인을 통해 불법으로 구매한 AR-15 소총을 들고 백인 자경단원과 함께 순찰에 나섰다. 그는 이날 2명을 총격 살해하고, 1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리튼하우스는 지역 내 상점들을 보호하고, 의료지원을 제공하려 했으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무장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지프 로젠바움(36)과 맞닥뜨렸다. 로젠바움이 세면도구 등이 든 비닐봉지를 던지고 리튼하우스의 총을 붙잡았다. 이에 리튼하우스는 방아쇠를 당겼고, 로젠바움은 4발의 총탄을 맞고 사망했다. 로젠바움은 시위 참가자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극단적 선택으로 입원치료를 받다가 시위 당일 퇴원한 조울증 환자로, 이날 우연히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리튼하우스는 로젠바움을 사살한 뒤 달아났으나, 몇 분 뒤 발을 헛디뎌 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스케이트보드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앤서니 후버(26)를 추가로 사살했고, 권총을 들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다른 시위참가자를 향해서도 총기를 발사했다. 이날 리튼하우스의 총에 맞아 사망한 2명과, 다친 1명은 모두 백인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