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가 다음 달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필리핀 정부가 출국 금지 조치를 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제언론인협회(IPI)는 레사의 출국 허가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내기로 했다.

25일(현지 시각) AFP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법무부는 이달 레사가 오슬로로 출국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 요청을 거부했다. 법무부는 “합당한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리핀 법 체계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점을 보면 사법 체계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고, 도주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고 밝혔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왼쪽)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오른쪽)/연합뉴스

레사는 필리핀에서 CNN 동남아 특파원으로 20년간 일했다. 2016년 온라인 탐사 보도 매체 ‘래플러’를 공동 창간하고,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면서 벌어진 인권 탄압 행위를 집중 폭로해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을 비판해온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와 함께 지난달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필리핀에서 노벨상을 받은 것은 레사가 처음이다.

두테르테 정권의 인권 탄압 폭로 기사를 보도한 뒤 레사는 지지자들과 정부로부터 거센 비난과 협박을 받았다. 현재 명예훼손, 탈세 등의 7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래플러 역시 폐간 압력에 직면해있다.

이에 대해 IPI는 성명서 초안에서 “레사는 2019년 이후 36번이나 출국했지만 새로운 혐의로 추가 기소되더라도 늘 필리핀으로 돌아왔다”며 “망명은 선택지가 아니라고 본인이 공식적으로 밝혔다. 출국하지 못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이어 “레사를 포함한 언론인에 대해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이뤄지는 공격은 모두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자유로운 출국 허용을 촉구했다. 스콧 그레펜 IPI 부국장은 “상을 받는 것뿐 아니라 그가 직면한 모든 위협에 맞서 우리가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