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각) 흑해 연안 휴양도시 소치에서 방러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와 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계획인가'라고 묻자 "이는 도발적 질문"이라고 비판했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 전투기가 흑해 상공에서 자국 영공 쪽으로 접근하던 프랑스 공군 전투기를 몰아냈다고 러시아 국방통제센터가 8일(현지 시각)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과 러시아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국방통제센터는 이날 성명에서 “흑해 상공에서 정체 미상 비행체들의 러시아 국경 침범 방지를 위해 수호이(Su)-27 전투기들이 발진했다”며 “프랑스 공군 전술 전투기 미라주2000과 라팔, 공중급유기 C-135 등을 확인하고 저지 비행을 펼쳤다”고 밝혔다. 프랑스 전투기는 러시아 국경 반대 방향으로 기수를 돌렸고, 러시아 전투기도 주둔 기지로 복귀해 충돌은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나토 군용기와 함정들이 최근 흑해에서 활동을 크게 늘린 데에 항의하는 외교 문서를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에 전달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미국 등 나토 회원국이 러시아 국경 방어 시스템 시험을 넘어 민간 항공기에도 도발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 3일 미 공군 소속 RC-135 정찰기가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모스크바로 운행하던 러시아 국적 항공사 소속 민간 여객기에 20m가 안 되는 거리까지 근접 비행한 일을 문제 삼은 것이다.

미 정보 당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과거 소련의 일부였던 우크라이나를 강제 합병하기 위해 내년 초 ‘통일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미 CNN방송은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이 러시아가 접경 지역에 배치한 병력을 10만명에서 12만명으로 늘린 것으로 파악했다고 9일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8일 러시아 소치에서 그리스 총리와 회담 후 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러시아는 평화 애호적 대외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우리 안보를 확보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토니 라다킨 영국 국방참모총장은 지난 6일 나토 지휘관 회의에서 러시아의 병력 증강에 우려를 표하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 충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일간 더타임스가 8일 전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파병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다음 날인 8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파병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것은 테이블에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