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사는 한 60대 남성이 30달러에 산 스케치가 독일의 대표적인 미술가로 평가받는 알브레히트 뒤러의 작품으로 밝혀졌다. 이 작품의 가치는 5000만달러다. /영국 아그네스 갤러리 홈페이지

익명의 60대 남성이 몇 년 전 저렴한 가격에 사서 아무렇게나 보관하던 스케치가 사실은 500년 된 걸작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15일(현지시각)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남성 A씨는 2016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 지역에서 부동산 거래를 하면서 30달러(약 3만5000원)에 그림 한 장을 구매했다. 노랗게 빛바랜 천 위에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우아한 모습의 여성을 그린 그림이었다. 그림 밑부분에는 ‘A.D’가 그려져 있다.

‘A.D’는 독일 최고의 미술가로 평가받는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를 표현하는 문양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A씨는 이것이 의미 있는 작품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 그림을 파는 이들도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이 그림을 가치 없는 복제품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진가를 알아본 건 미술 전문가 클리포드 쇼어(53)였다. 쇼어는 2019년 A씨의 집을 방문한 후 조건 없이 10만 달러(약 1억1800만원)를 내밀었다. 그는 “내가 본 것 중 가장 위대한 위조품이거나 걸작이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이 독일의 미술가 알브레히트 뒤러의 작품이 맞는다고 판단한 두 가지 근거. 뒤러의 이니셜 서명과 고리가 있는 'W' 모양의 문양. /영국 아그네스 갤러리 홈페이지

2년 동안 이 그림의 진위를 확인한 전문가들은 뒤러의 그림이 맞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단, 뒤러가 1501년부터 1514년 사이에 완성한 20개의 다른 작품들에 자신의 이니셜인 ‘A.D’를 적은 서명이 그것이다. 둘째로는 뒤러가 그 시대에 사용했던 200장 이상의 스케치에서 볼 수 있는 ‘W’ 모양의 워터마크다. 특히 가운데 부분에 고리를 만든 게 특징이다.

500년 동안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뒤러의 작품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작품의 가치를 5000만 달러(약 591억원)로 평가했다.

쇼어는 A씨에게 최종적으로 얼마의 금액을 건넸는지 밝히지 않았다. 처음 지급했던 10만 달러는 ‘선급금’이라고만 말했다. 다만 A씨는 쇼어와의 비밀 계약으로 밀렸던 신용카드 빚을 갚고, 집을 고쳤으며 새 차를 산 후 교회에 기부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그림은 ‘풀로 덮인 벤치에 앉은 꽃을 든 아이와 처녀’라는 이름으로 영국의 아그네스 갤러리에 전시됐다. 쇼어는 언젠가는 이 작품을 팔 계획이라면서도 “언제, 얼마인지는 확신하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