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최강자 상어를 먹어 치운 새로운 포식자의 정체가 뉴질랜드에서 처음 확인됐다. 순박한 얼굴 속에 날카로운 이빨을 숨긴 표범물개가 그 주인공이다. ‘얼룩무늬물범’ ‘표범해표’ 등으로도 불리는 이 물개는 남극 먹이사슬의 최상위 동물로 통한다.
17일(현지 시각) 스터프 등 외신에 따르면 뉴질랜드·호주 공동 연구진은 최근 뉴질랜드 남섬에 서식하는 표범물개 100여 마리의 배설물을 분석해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를 진행한 크리스타 반 더 린드 박사는 DNA 염기서열 분석법을 통해 조사한 결과 표범물개 배설물에서 상어 뼈 성분이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퉁소상어들도 표범물개의 사냥감이라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며 “퉁소상어의 경우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커다란 등뼈를 가지고 있는데, 일부 표범물개에게서 이 뼈에 찔린 듯한 상처가 최소 14군데 발견됐다. 입 주변에 뼈가 박혀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을 두고 “정말 믿을 수 없는 놀라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동 연구자이자 범고래 전문가인 잉그리드 비서 박사 역시 “범고래가 상어를 잡아먹는 장면은 자주 봤지만 표범물개는 처음이다. 상어를 먹는 또 다른 해양 포유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큰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표범물개는 남극 물범 중 남방코끼리물범에 이어 두 번째로 몸집이 큰 종이다. 호주, 남아프리카, 뉴질랜드 등에서도 종종 발견되며 겉모습은 여느 물개처럼 귀엽고 순한 얼굴이지만 매우 날카로운 이빨을 지니고 있다. 그동안 펭귄이나 다른 물개를 공격해 잡아먹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