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쇼핑센터에서 옷을 맞춰 입은 수십명이 달리고 있다. 음악을 크게 틀고, 가끔 “하나, 둘, 셋, 넷” 구호도 외친다. 이들의 정체는 ‘폭주단(暴走团)’. 폭주단의 취지 자체는 한국의 달리기 동호회와 비슷하지만, 도로를 점거하는 등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중국은 공공장소에서 과도한 소음을 낼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23일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소음오염방지법안’을 24일까지 심의한다. 중국의 국회에 해당하는 전인대가 해당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공원, 광장 등 공공장소에서 일정 크기 이상의 소음을 내지 못하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소음규제법이지만, 현지에서는 ‘광장무(广场舞)’와 폭주단을 겨냥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광장무는 공공장소에서 음악을 틀고 수십에서 수백명이 특유의 춤을 추는 것을 말한다. 폭주단은 대체로 광장무 활동과 비슷한 가운데 춤을 추는 대신 달린다.
둘 가운데 사회적 문제로 여겨지는 것은 폭주단이다. 광장무나 폭주단 모두 공공장소를 마음대로 차지하고 소음을 유발하지만, 광장무는 자리를 옮기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폭주단은 쇼핑센터, 공원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노래를 틀거나 구호를 외치며 걷거나 달린다. 또 도로를 점거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해 사망자가 나오는 교통사고도 수년 전부터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폭주단의 몰상식한 행동을 지적하는 영상과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영상을 보면 수십명의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나 광장을 가로질러 달리기도 하고, 2차선 도로 중 한쪽 차로를 모두 차지하며 뛰기도 한다. 달리는 길을 막고 있는 자전거를 멋대로 치우기도 한다. 일부는 자기가 속한 폭주단을 나타내는 깃발을 들고 뛴다.
이를 두고 한 네티즌은 폭주단이 도로를 점거하고 달리는 영상을 공유하면서 “법은 차량만을 처벌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된다”며 “보행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다른 네티즌은 ‘도로를 점거한 폭주단을 처벌할 법이 없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