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순타 마레스카의 삶을 소재로 한 영화의 한 장면. 지난 2013년 이탈리아의 한 방송사가 제작한 것이다. /페이스북

이탈리아 4대 마피아 중 하나인 카모라의 첫 여성 두목 아순타 마레스카(86)가 사망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마레스카는 지역 미인대회에서 우승하며 ‘푸페타(작은 인형)’라고도 불렸다. 1955년 18세 나이로 나폴리에서 당시 카모라의 두목 안토니오 에스포지토를 권총으로 살해했다. 에스포지토는 마레스카의 남편을 죽이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조직 내 권력 다툼에 휘말려 살해당한 남편의 복수를 마레스카가 한 것이다. 당시 마레스카는 임신 6개월이었다.

지난 2013년 이탈리아의 한 방송사는 젊은 시절 마레스카의 삶을 소재로 한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마레스카는 1955년 살해 사건과 관련, “난 임신 중이었고 그는 권총을 든 손을 뻗으며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며 “내가 어떻게 해야 했을까. 나를 죽이도록 그냥 놔뒀어야 했나”라고 말했다.

마레스카는 살인 당시 현장에 공범이 있었다고 확신한 수사관들의 추궁에도 끝까지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하면서 조직 내에서 입지를 굳혔다. 이후 마레스카는 나폴리를 근거지로 마약 밀매와 갈취, 밀수 등을 자행하는 카모라의 첫 여성 두목에 올라 ‘레이디 카모라’, ‘범죄의 디바’ 등으로 불리며 마피아계의 유명인사가 됐다.

마레스카는 앞선 살해 사건으로 1959년 재판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 “(그런 상황이 오면) 다시 똑같이 하겠다”고 했다. 마레스카는 징역 13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감형돼 10년을 복역하고 출소했다.

1964년 12월 이탈리아 로마 법원에 출석한 아순타 마레스카. /EPA 연합뉴스

마레스카는 출소한 뒤 아들과 14년만에 재회했고,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나폴리에 옷가게 두 곳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순탄한 삶을 살지는 못했다.

그는 마약 밀매업자이자 무기상인 움베르토 암마투로와 함께 살며 쌍둥이를 낳았다. 하지만 1974년 감옥에서 출산한 아들 파스콸리노가 암마투로를 만나러 공사현장에 갔다가 실종됐다. 마레스카는 암마투로가 카모라의 두목 자리를 탐내던 파스콸리노를 살해해 시멘트로 암매장했다고 의심했지만, 증거는 없었다. 마레스카는 쌍둥이를 보호하기 위해 암마투로와 헤어지지도 않았다.

이후에도 그는 1981년 카모라 조직에서 이탈한 누오바 카모라의 조직원을 살해하라고 지시한 혐의와 1982년 법의학자 알도 세메라를 죽인 혐의 등으로 암마투로와 함께 구속기소됐지만, 4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다사다난한 삶을 살았던 마레스카는 지난달 29일 나폴리 인근 카스텔라마레 디스타비아에 있는 자택에서 병환으로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