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터기 이스탄불에서 한 남성이 빵 봉지를 들고 걸어가고 있다. 저렴한 가격의 빵을 파는 이 집에는 지출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 사람들이 몰리면서 긴 줄이 늘어섰다./로이터 연합뉴스

터키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1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민들은 고물가로 생활이 어렵다고 호소하지만, 터키 정부는 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3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터키 물가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36.08% 상승했다. 이는 2002년 9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작년 11월의 경우 2020년 11월과 비교해 21.3% 올랐는 데, 이보다 상승폭이 더 커진 것이다.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식료품비는 연간 43.8% 상승했고, 교통비는 53.66% 급등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저렴한 빵을 사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섰고, 육류 소비가 급감했다. 경호원으로 일한다는 49세 남성은 WSJ에 “고기, 생선, 닭이나 심지어 치즈도 더 이상 살 수 없다”며 “대부분 끼니를 빵과 차로 때우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18일(현지 시각) 터키 이스탄불의 저렴한 빵집 앞에 줄을 선 사람들./AFP 연합뉴스

터키는 만성적인 고물가에 시달려왔으나, 최근 중앙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가 물가 상승을 부채질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중 통화량이 늘어 물가가 오르고, 외국환 대비 자국 화폐 가치가 떨어진다.

터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금리를 높이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 다르게 작년 9월부터 네 달 연속 금리를 낮췄다. 9월에 19%이던 기준 금리는 현재 14%로 떨어졌다. 리라 가치는 지난 달 1달러당 18.36리라 까지 급락했지만 현재는 1달러당 13.5리라 선까지 반등했다. 작년 초 1달러당 7.4리라 선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리라 가치가 1년 사이에 절반 가량 하락한 것이다.

지난달 12일(현지 시각) 터키에서 정부의 경제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AP 연합뉴스

그러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고금리가 고물가를 유발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금리 인하 정책에 반대한 중앙은행 총재를 수 차례 갈아치웠다. 지난 3일 발표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저금리로 생산과 수출을 뒷받침하면 물가가 낮아지고 결국 리라 가치도 회복될 것”이라며 “작년에 전년 대비 수출이 33% 가량 늘었다. 터키 경제는 아주 좋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현 상황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