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새 변이 ‘오미크론’의 타격을 가장 먼저 받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최근 확진자가 급감하면서 오미크론의 ‘악몽’에서 벗어나고 있다. 남아공은 지난해 11월 말 세계보건기구(WHO)에 오미크론 등장을 최초 보고한 직후부터 코로나 감염자가 급증, 지난달 12일에는 하루 확진자가 3만7875명(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 기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3주 후인 지난 3일엔 3076명으로 줄어 최다 시점의 12분의 1로 떨어졌다. 4일 확진자가 8078명으로 늘긴 했지만, 1주일간 하루 평균 확진자는 최고 2만3437명에서 4일 8437명으로 줄어 완연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공식 명칭이 쓰인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기 이미지. /로이터 연합뉴스

남아공 정부는 최근 방역을 위한 심야 통금을 해제하고, 감염자 추적을 위한 역학 조사도 중단했다. 오미크론 발견 첫 보고로부터 두 달 만이다. 글렌다 그레이 남아공의료연구위원회 위원장은 “(남아공은)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3차 감염 파동의 정점에서 벗어났다”고 선언했다.

남아공의 오미크론 수렁 탈출은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특히 유럽 등과 달리 봉쇄 조치를 거의 취하지 않으면서도 오미크론 위기에서 벗어났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해외 방역 당국과 전문가, 외신들은 크게 4가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①젊은 인구

미국·유럽·아시아 등에 비해 젊은 인구 구성이 첫째 원인으로 꼽힌다. 총인구가 약 6000만명인 남아공의 평균 국민 연령은 27세에 불과하다. 10대와 20대가 전체 인구의 약 38%를 차지한다. 영국의 평균 연령이 41세, 한국이 43세인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젊다. 사라 오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진화생물학)는 “남아공의 초기 감염자 데이터를 보면 대부분 젊고 건강한 성인들”이라며 “(면역력이 높아) 감염되어도 빨리 회복하고, 면역 형성도 상대적으로 잘 이뤄졌을 수 있다”고 했다. 남아공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27%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면역력이 높은 젊은 인구가 코로나 확산을 막는 ‘방화벽’ 역할을 해줬다는 추정이 나온다.

지난달 2일 오미크론 감염자가 급증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웨토에서 의료진이 코로나 검사를 위해 한 여성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②특정 지역에서 집중 유행

과거 남아공의 인종차별 정책(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이 낳은 계층·지역 간 단절이 오미크론을 특정 지방에 집중시켰다는 해석도 나온다. 남아공 하우텡주의 빈민 거주지인 소웨토(Soweto)가 오미크론 유행의 중심지 중 하나다. 거주 환경도 열악하고 인구 밀도도 높아 전염병이 확산되기 쉬운 곳이다. 역설적으로 이 지역과 상대적으로 부유한 다른 지역 간의 교류가 적다 보니, 오미크론이 타 지역으로 퍼질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주간 타임지는 “소웨토의 한 병원에선 12월 첫 주에 하루 20여 건에 달했던 오미크론 감염 사례가 2주 만인 12월 셋째 주에 하루 5~6건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다른 지역보다 1주 이상 빠른 안정세를 보인 것이다. 독일 라우터바흐 보건장관도 지난달 31일 독일 ZDF에 “남아공 사례를 보면 오미크론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남아공 코로나 확진자 추이

③오미크론이 델타 막았다

남아공 아프리카 보건연구소(AHRI) 연구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 감염에서 회복되면 오미크론뿐만 아니라 델타 변이에도 높은 면역력을 보였다. 연구진은 “오미크론에 감염됐다 회복한 사람의 경우, 회복 2주 후 (인체 면역세포의) 오미크론 중화력은 14배, 델타 변이 중화력도 4배로 높아졌다”면서 “결국 오미크론은 물론 델타 변이 재감염률도 낮춰 코로나 감염률 전체의 하락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오미크론과 델타 변이가 이중으로 유행하는 상황에서 오미크론 확산이 델타 변이의 감염 건수를 낮추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④변이 바이러스의 약한 독성

오미크론은 델타 변이에 비해 감염력이 높지만 증상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레이 위원장은 “오미크론의 이런 특성이 (집단면역 형성에) 도움이 됐을 수 있다”고 했다. 즉 빠른 속도로 다수의 사람이 감염되고, 이들이 무증상 혹은 경미한 증상으로 자연 치유가 되면서 짧은 시간에 집단 자연면역을 형성하는 의도치 않은 결과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