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10일(현지 시각)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 동부 소도시 벨포르에 있는 원자력 발전용 터빈을 생산하는 제너럴일렉트릭(GE) 공장에서 원전 미래전략 발표를 하고 있다. / 로이터

프랑스 정부가 최소 6기의 원자력 발전소 신규 건설과 기존 원자로의 폐쇄 일정 중단을 공식 선언했다. 원자력 발전 없이는 탄소 중립의 실현과 안정적 전기 에너지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각) 프랑스 동부 소도시 벨포르의 원자력 발전용 터빈 공장에서 “2028년부터 신규 원자로 6기의 건설을 시작하고, 2035년에 새 원전의 첫 가동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6기 신규 원전에 더해 8기를 추가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부터 수차례 원전 투자 확대를 공언해 온 프랑스 정부가 새 원전의 건설 및 가동 일정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동부 벨포르에서 원자력 발전용 증기 터빈을 생산하는 제너럴일렉트릭(GE)사 공장을 방문해 원전 미래 전략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전력 생산의 70%를 의존하는 원전 산업의 재부흥이 필요하다며 원자로 6기를 새로 짓겠다고 밝혔다. 2022.2.11 /AFP 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기존 원자로 폐쇄 계획을 중단하고 수명을 늘려 계속 쓰겠다”는 발표도 했다. 프랑스는 56기 원자로 중 가동 40년이 넘어 노후화한 원전 12기를 폐쇄해 현재 70%인 원자력 발전 비율을 50%까지 낮추기로 했는데, 이를 대통령이 직접 번복한 것이다. 그는 “프랑스 원자력의 르네상스(중흥) 시대를 열겠다”며 “신규 원전 건설과 기존 원전의 개수에 소요되는 비용 500억유로(약 68조원) 중 일부는 정부가 직접 투자하겠다”고도 했다.

2050년까지 탄소 순(純) 배출량 제로(0)를 달성하고, 전기 에너지를 싸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원자력 발전 외엔 선택지가 없다는 게 프랑스 정부의 판단이다. 프랑스는 전기차 보급과 산업 현장의 석탄 퇴출로 전기 수요가 향후 10년간 30%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원전이 필요 없다는 사람들은 현실을 투명하게 직시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날 발표는 유럽연합(EU)이 지난 2일 원자력 발전을 환경 친화적 ‘녹색 투자’의 범주에 포함하는 ‘그린택소노미’ 방안을 확정하면서 이뤄졌다. 원자력에 투자하면 금리나 세금 등을 우대해주는 정책이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 원자력을 녹색 투자의 범주에서 빼 원자력에 대한 민간과 정부 투자를 어렵게 만들었다. 또 2017년부터 신고리 5·6호기, 신한울 3·4호기 등 이미 짓고 있던 원자로의 건설을 중단하고, 천지 1·2호기의 건설 계획을 취소한 데 이어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는 등 이른바 ‘탈(脫)원전’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