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용의자가 피해자를 뒤따라 가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뉴욕포스트 트위터

미국 뉴욕주 뉴욕시 맨해튼 차이나타운에서 30대 한국계 여성이 피살됐다. 범인은 피해자를 몰래 뒤쫓아 자택 안까지 침입했으며 이 모습은 건물 CCTV에 고스란히 담겨 공개됐다.

13일(현지 시각) 뉴욕포스트(NYP) 등 외신에 따르면 사건은 이날 오전 4시20분쯤 발생했다. 당시 뉴욕 경찰(NYPD)은 로어이스트사이드의 한 아파트에서 비명이 들렸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고 현장에서 숨진 채 쓰러진 한국계 여성 이모(35)씨를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희생자는 자택 화장실에서 숨져 있었다”며 “날카로운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렸고 사망 직전까지 거세게 저항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직전 CCTV에 찍힌 용의자와 피해자의 모습. /뉴욕포스트 영상

경찰은 이후 해당 건물 3층에서 대치하던 용의자 아사마드 내쉬(25)를 체포했다. 그는 경찰을 피해 비상구로 도주하려다 실패했고, 결국 다시 아파트 안으로 들어왔다가 포위망을 좁힌 경찰에게 붙잡혔다. 범행 1시간 15분여 만이었다.

NYP가 입수한 아파트 복도 CCTV 영상에는 용의자가 범행을 위해 이씨의 뒤를 쫓는 모습이 선명하게 찍혀있다. 영상을 제공한 건물주는 “용의자가 택시에서 내린 이씨 뒤를 밟아 아파트로 들어왔다”며 “거리를 두고 쫓다가 복도에서부터 뒤를 바짝 따라갔고 이씨 집 현관문이 닫히기 직전 문을 움켜잡았다”고 설명했다.

용의자 아사마드 내쉬는 거리를 전전하던 노숙자로 최근까지 폭행 사건에 휘말리는 등 여러 전과가 확인됐다. 이씨는 디지털 음악 온라인 플랫폼에서 수석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로 일해 왔다고 한다. 뉴저지에서 이사한 지 1년 만에 이같은 비극을 맞았으며, 용의자와는 일면식조차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용의자(왼쪽 사진 중앙 남성)가 경찰에게 체포되는 모습. /뉴욕포스트 트위터

경찰은 이번 사건이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범죄인지 조사하고 있다.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은 “사건에 희생된 무고한 피해자를 애도한다. 우리는 아시아 공동체 편에 서 있다”며 “절대 이런 폭력이 계속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NYPD에 따르면 지난해 뉴욕시에서 발생한 아시아계 대상 범죄는 129건이다. 이는 전년(28건)에 비해 무려 361% 증가한 수치다. 지난달 뉴욕 퀸스 대로변에서는 한 흑인 남성이 70대 한국계 노인을 공격했고 이로 인해 피해자는 일시적 기억 상실 증상까지 겪어야 했다. 또 20대 노숙자가 자신에게 외투를 덮어준 한국계 남성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지갑을 빼앗아 달아나는 사건도 있었다.

지난달 15일 뉴욕 지하철 역사 살인사건의 용의자 마셜 사이먼(61)이 도망쳤다가 경찰에 연행되는 모습. /ConservaThreads 트위터

같은 달 15일에는 맨해튼 타임스 스퀘어와 42번가를 잇는 지하철역 플랫폼에서 사망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 60대 흑인 남성이 40대 아시아계 여성을 달려오는 열차 앞으로 갑자기 밀쳐 여성이 현장에서 숨진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남성은 강도 전과로 복역한 경험이 있으며 정신병 이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