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브룬즈윅의 흑인문화센터 벽면에 아머드 아버리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020년 미국 조지아주에서 대낮에 조깅을 하던 25세 흑인 청년을 백인 남성 3명이 총으로 쏴 죽인 사건이 있었다. 법원은 이들이 ‘피부색’ 때문에 흑인을 살해했다고 판단했다.

미국 조지아주 남부 연방법원은 22일(현지 시각) 그레고리 맥마이클(66)과 아들 트래비스(35), 이웃 윌리엄 브라이언(53) 등 3명의 증오 범죄 혐의에 대해 전원 유죄 평결했다.

조지아주 브런즈윅에서 조깅하던 25세 흑인 청년 아머드 아버리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트래비스 맥마이클(35), 이웃 윌리엄 브라이언(53), 그레고리 맥마이클(66)./AP 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2월 조지아주 브런즈윅에서 조깅하던 25세 흑인 청년 아머드 아버리에게 총을 쏴 숨지게 했다. 전직 경찰인 맥마이클은 아버리가 당시 주변에서 발생했던 절도 사건의 용의자라고 생각해 트래비스와 함께 픽업 트럭을 타고 뒤쫓았다. 이웃인 브라이언도 차를 타고 맥마이클 부자의 뒤를 쫓으며 동영상을 찍었다.

이들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으면 일반인도 체포영장 없이 용의자를 붙잡을 수 있도록 한 조지아주의 시민체포법에 따라 아버리를 체포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아버리가 자신들을 공격해 정당방위 차원에서 총격을 가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후 경찰 수사에서 아버리가 절도 행각을 벌였다는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맥마이클 부자와 브라이언은 사건 발생 74일과 88일 만에 체포됐다. 조지아주 글린카운티 법원 배심원단은 지난해 11월 3명의 살인 혐의에 대해 전원 유죄 평결을 내렸고, 이들에게는 종신형이 선고됐다.

2월 22일(현지 시각) 아머드 아버리의 아버지 마커스 아버리(오른쪽)가 아들을 숨지게 한 범인들에게 유죄가 선고된후 조지아주 브룬스윅 연방법원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있다./AP 연합뉴스

최근 재판은 ‘증오범죄’에 대한 것이었다. 연방 검찰이 증오범죄 혐의로 맥마이클 부자와 브라이언을 추가 기소하면서다. 미국 연방법은 인종, 성별, 출신 국가를 이유로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를 저지를 경우 증오범죄로 간주하고 가중처벌한다.

검찰은 재판에서 피고인들이 소셜미디어 등에 인종적 편견이 담긴 글을 반복적으로 올렸고, 흑인을 비하하는 욕설을 자주 사용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트래비스가 흑인을 가리켜 ‘야만인’, ‘원숭이’라고 부른 경우도 있었다. 피고들은 아버리의 수상한 행동을 보고 추적했을 뿐, 인종적 동기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배심원단은 증오범죄 혐의에 대해 유죄를 평결했다. NYT는 연방법원의 유죄 평결에 따라 조지아 주법원이 앞서 선고한 종신형이 감형되더라도, 이들은 상당기간 형기를 채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