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북아프리카계를 ‘백인’으로 분류하는 미국 인구조사 방식이 논란을 빚고 있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는 공식적으로 중동·북아프리카 출신 미국인을 백인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공영방송 NPR은 17일(현지 시각) 중동·북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자신을 백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인구조사국은 백인·흑인·아시아계 등 6개의 인종으로 나눠 10년마다 인구 조사를 진행하는데 레바논·이란·이집트 등에서 온 중동·북아프리카계는 백인으로 분류된다.
캐나다 토론토대와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사회학자들이 중동·북아프리카 출신 11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시행한 결과, 88%는 자신을 백인이 아닌 ‘중동·북아프리카계(MENA·Middle Eastern or North African)’로 분류했다. 또한 중동·북아프리카계가 아닌 백인 미국인의 대다수도 이들을 백인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았다. 연구를 수행한 네다 맥볼레 토론토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동·북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대다수는 자신의 정체성이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에 더 가깝다고 느꼈다”면서 “스스로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이들을 백인으로 인식하지 않았다”고 했다.
미 국토안보부 고위정책보좌관을 지낸 사하르 아지즈 미국 럿거스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초기 중동·북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은 미국 시민이 되기 위해 자신을 백인으로 정의했지만, 9·11 테러 이후 20년 넘게 폭력적이고 테러에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는 고정관념을 경험했다”면서 “이런 고정관념은 백인의 특권을 가지지 못한 유색인종이 경험하는 것들”이라고 했다.
지난 2017년에도 인구 조사국 연구원들이 정확한 조사를 위해 중동·북아프리카계를 별개 인종으로 분류하자고 제안했으나 2020년 인구 조사에서는 반영되지 않았다. NPR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 인구조사에선 이들을 새로운 인종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재검토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중동·북아프리카계는 인구 조사나 사회과학 연구에서 충분히 대표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미국 사회에서 겪은 차별이나 경험을 연구하기 위해선 새로운 인종 분류법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