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침공 사실을 발표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해서 날 선 발언들을 쏟아냈다. “(러시아 침공으로 발생한) 어떤 형태의 유혈 사태에 대한 책임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져야 한다”고 했다. 또 “방해에 대한 대응은 아주 신속할 것. 그 대응은 지금까지의 역사에서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의사는 없다”고도 했다. 이러한 발언을 놓고 푸틴이 향후 어떤 후속 조치를 취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푸틴은 서방 국가들에 요구해온 안전보장 조치의 제1 요건이었던 나토 가입 포기를 완전히 못 박아 놓을 공산이 크다. 푸틴이 군사 행동을 취하기 전 외교적 해결 방안이 모색될 때부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는 핵심 카드로 거론돼 왔다. 푸틴은 구두적 약속이 아닌 문서 수준의 확약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이를 계기로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자국의 강력한 영향권에 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돈바스 지역의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을 독립시킨 뒤 장기적으로는 러시아 영토로 병합시키거나, 사실상 러시아 영토의 미승인국으로 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8년 전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할 때의 과정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3월 우크라이나가 혼란한 틈을 이용해 크림반도에 병력 2000여 명을 전격 파견해 사실상 ‘무혈 접수’했다. 이후 ‘주민들이 독립을 원한다’는 이유로 크림반도의 러시아 합병 여부를 묻는 투표를 속전속결로 강행해 90% 이상의 찬성률을 이끌어낸 뒤 합병을 완료했다. 이후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에 대한 효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지난 2008년 8월 푸틴이 조지아를 침공했을 때와 똑같은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에서 했던 일을 2022년 우크라이나에서 하고 있다”며 두 상황의 유사점을 짚었다. 당시 소련에서 독립한 조지아는 미국과 군사적으로 긴밀히 협력하며 강력한 친서방 노선을 걷고 있었고, 자국 내 친러 세력 집결지인 남오세티야가 봉기하자 이를 무력으로 진압했다.
그러자 푸틴은 남오세티야 내 러시아인들의 안전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베이징 올림픽이 개막하던 8월 8일 조지아를 전격 침공했다. 러시아 병력에 속수무책으로 밀린 조지아는 침공 나흘 만에 백기를 들었다. 이후 남오세티야는 국제사회의 미승인국이지만, 사실상 러시아의 준영토처럼 바뀌었다. 조지아 내 친서방 정치 세력도 힘을 잃었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우크라이나와 돈바스에서 그대로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