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한 첫날인 2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동부와 북부, 남부 등에서 동시 다발 공격이 감행됐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시민들은 폭발음과 경보음이 울리자 지하철역으로 몰려들었다.
이날 영국 BBC에 따르면 폭발음과 사이렌 소리에 잠에서 깬 키예프의 많은 주민들은 피난처로 지하철역을 선택했다. 지하철역이 방공호 역할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탈리 클리츠코 키예프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한 성명을 통해 “키예프 전역에 야간 통행금지를 시행하며 도심 지하철 4개 역사를 방공호로 사용해 시민들에게 24시간 대피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지하철로 몰려든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첸카라는 이름의 여성은 AFP에 긴장된 목소리로 “우리는 목숨을 구해야 한다”며 “지하철이 우리를 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학교 직원으로 일하는 스베틀라나는 BBC에 “러시아군이 상륙한 것으로 알려진 남동부 항구도시에 사는 가족이 걱정된다”며 “내가 느끼는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지만 매우, 매우, 긴장된다. 너무 무섭다”고 했다. 두 살짜리 아이와 함께 지하철로 대피한 부부는 겁에 질린 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어디 있나요?”라고 물었다고 BBC는 전했다.
각종 소셜미디어에도 우크라이나 지하철 상황을 담은 영상이 확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맨체스터 시티에서 뛰고 있는 축구선수 올렉산드르 진첸코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도망친 시민들로 가득 찬 키예프 지하철역 영상을 올리고는 “사람들이 지하에 숨어 있다. 세계의 모든 사람이 진실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새벽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특수 군사작전 개시 명령 이후 곧바로 우크라이나 공격에 나섰다.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의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내 83곳의 지상 군사시설이 기능을 잃었다”고 밝혔다. 도시나 군사기지 내 막사, 주택 등 비전투시설은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공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올렉 라슈코 우크라이나 보건장관은 러시아군 공격 첫날에 우크라이나인 57명이 사망하고 169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서방 정보기관 관리는 AFP에 “우크라이나의 대공 방어가 사실상 제거됐다”며 “러시아 병력이 키예프로 진격해 수도를 장악할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