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인 안나 세먹(33)이 낯선 아주머니와 함께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은 아이들을 헝가리 쪽 초소 근처에서 만나 품에 안고 있다./로이터통신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우크라이나 국경엔 인접 국가로 향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피난 행렬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이들을 피난 보내기 위해 국경에서 처음 만난 낯선 여성에게 두 아이를 맡길 수 밖에 없었던 우크라이나 아빠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26일(현지시각) 가디언지에 따르면 나탈리야 아브레예바(58)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처음 만난 한 남성이 안고 있던 어린 딸과 아들을 데리고 국경을 넘어 헝가리로 향했다.

아이들 아빠는 38세 남성으로 국경을 통과할 수 없었다. 우크라이나는 조국을 위해 싸울 수 있도록 18세 이상 60세 미만 모든 우크라이나 남성의 출국을 금지한 상태다. 당시 아이들 엄마는 아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헝가리 쪽 국경으로 오는 길이었다. 절망에 빠진 아빠는 국경에서 처음 만난 낯선 여성에게 두 아이를 맡기기로 결심했다.

아브레예바는 “아이 아빠가 나를 믿고 두 아이를 내게 맡겼다”며 “아이들이 국경을 넘을 수 있도록 아이들의 여권을 내게 줬다”고 말했다.

아브레예바는 아이들 엄마의 휴대전화 번호를 건네받았고, 아이들 아빠는 자녀들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안나 세먹이 자신의 아이들을 데리고 안전하게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은 나탈리야 아브레예바(58)와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로이터통신 연합뉴스

아브레예바도 우크라이나에 두 명의 자녀를 둔 엄마였다. 그의 자녀들은 경찰과 간호사로 동원령에 따라 우크라이나를 떠날 수 없었다. 아브레예바는 자신의 자녀 대신 국경에서 처음 만난 두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국경을 넘었다.

국경을 넘은 아브레예바는 헝가리 쪽 국경 초소에 마련된 난민 텐트 근처에서 아이들 엄마를 기다렸다.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렸지만 다행히 아이들 엄마가 곧 초소에 도착했고, 아브레예바는 무사히 아이들을 엄마에게 보낼 수 있었다.

아이들 엄마 안나 세먹(33)은 아이들을 달랜 뒤 아브레예바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껴안은 채 눈물을 쏟았다. 세먹은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은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는 말 뿐”이라며 “1~2주 후면 다시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