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인근까지 진출한 러시아군의 공세가 우크라이나군과 국민의 결사적인 저항에 부딪혔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과 한국 교민들에 따르면 전면 침공 4일째인 27일(현지 시각) 러시아군은 수도 키예프와 드니프로, 오데사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완전 진입하지 못한 채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이날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서 ‘평화 협상’을 갖기로 합의했다.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협상이 벌어질 곳은 국경에서 약 37㎞ 떨어진 벨라루스 고멜로 알려졌다. 이와 동시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 핵무기 운용 부대에 경계 태세 명령도 내려 화전양면술을 구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총 든 의족 시민 "조국 지키겠다" - 러시아의 전면 침공 나흘째인 27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한쪽 다리에 의족을 한 민병대원이 총기를 들고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이날까지 13만명이 자원 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키예프에서 시가전이 벌어질 것을 대비해 2만여 정의 소총과 탄약, 수류탄 등이 시민들에게 지급됐다. /AP 연합뉴스

수도 키예프에서는 27일 우크라이나군이 시내로 이어지는 주요 다리 및 간선도로를 폭파하고, 시 경계선을 따라 대전차미사일과 기갑 부대, 포병을 배치해 강력한 방어망을 형성했다. 또 시가전에 대비하기 위해 2만여 정의 소총과 탄약, 수류탄 등을 키예프 시민들에게 지급했다.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서는 광장에 모인 수백명의 시민이 1000여 개의 화염병을 만드는 등 시 외곽까지 다가온 러시아군에 대한 저항을 준비 중이다.

우크라이나 곳곳에서는 예비군에 합류하려는 시민이 줄을 잇고 있다. 이날까지 13만명이 자원 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병대가 주요 도로에 검문소를 세워 친러 분리주의자와 공작원 색출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우리 군과 시민의 강력한 저항으로 러시아군에서 43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인은 200여 명이 사망하고 1000여 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민간인들이 다수 포함된 우크라이나 방위군이 러시아군의 진격을 늦추거나 저지하고 있다”며 “단기간에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정권을 무너뜨리려던 푸틴의 당초 계획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서방도 대러시아 제재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 백악관은 같은 날 “러시아 일부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제외하기로 유럽연합(EU) 등과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도 이 조치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SWIFT 결제망 배제는 그동안 러시아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으로 거론돼 왔다. 이 결제망에서 배제되면 수출입 자금 결제가 대부분 불가능해진다.

미국과 EU, 캐나다·일본은 푸틴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등 러시아 지도층이 세계 각국에 보유한 자산을 동결하는 제재도 단행했다.

러시아군은 전세가 교착되는 것을 피하려 공세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지난 26일 밤부터 키예프에 대한 미사일 공격과 정밀 폭격을 재개했다. 또 병력 증원을 위해 체첸 내전에서 고문과 민간인 살해 등 무자비한 작전으로 악명이 높은 체첸 국가근위대까지 투입한 것이 확인됐다. 친러 반군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에서는 다연장로켓포 등 중화기를 동원한 러시아군과 친러 반군의 공격에 정부군이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