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제2 대도시 하르키우 도심 근처에 있는 학교 건물이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완파됐다. 벽돌이 산산조각 난 채 쌓여있고 철골은 엿가락처럼 휘어진 채 앙상하게 드러나 있다. 우크라이나의 결사 항전에 직면한 러시아군은 민간인 거주 지역까지 공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하르키우시 당국은 이날 폭격으로 어린이 3명을 포함해 최소 11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00:26:22/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 초반 예상치 못한 저항에 맞닥뜨린 러시아군이 민간인 주거지에 대한 무차별 포격과 공습을 시작하면서 앞으로 사상자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5일째인 지난 28일(현지 시각)에는 러시아군이 잔혹한 살상력으로 악명 높은 ‘진공 폭탄’(열압력탄)과 ‘클러스터 밤’(집속탄)을 사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러시아군은 이날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의 민간 주거 지역을 집중 포격했다. 아파트 단지에 미사일이 날아들어 불꽃과 연기가 치솟는 영상이 공개됐다. 안톤 헤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 보좌관은 “수십 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남부 마리우폴에서도 민간 지역에 대한 폭격으로 가족과 수퍼마켓에 갔던 6세 소녀가 숨지는 등 사망자가 발생했다.

러시아, 우크라 제2도시 시청 건물을 미사일로 때렸다 - 1일(현지 시각)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 중심가에 위치한 시청 건물을 폭격하면서 청사 측면 지붕 일부가 무너지고 길거리에 잔해가 나뒹굴고 있다. CNN은 이 공격으로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35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아래 사진은 청사에 로켓탄이 떨어지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AP 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 국방부 당국자들을 인용, 러시아군이 하르키우 등 인구가 밀집한 도시를 포위하고 무차별 포격과 공습을 가해 점령하려는 징후가 보인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1999년 체첸 반군을 진압할 때 체첸공화국 수도 그로즈니를 집중 폭격해 폐허로 만들었던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가 얼마나 잔혹해질 준비가 돼 있는지에 많은 부분이 달려있다”는 전문가 의견을 소개했다.

이런 상황에서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날 “오늘 러시아가 진공 폭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불이 잘 붙는 연료나 화학 약품을 공기 중에 구름처럼 확산시킨 다음 이를 순식간에 폭발시키는 열압력탄은 수백m 반경 내 사람들에게 내장 파열과 전신 화상 같은 끔찍한 피해를 입힌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진공 폭탄 사용 여부에 대한) 확증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만약 사실이라면 전쟁 범죄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와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러시아가 민간인 대량 살상의 위험성이 높은 ‘클러스터 밤’(집속탄)도 사용했다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