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분노한 국제사회가 각종 제재와 불이익 주기에 나서면서 러시아는 고립무원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긴박한 국제정세 속에 러시아 편을 들면서 깜짝 항공 특수(特需)를 누리는 나라가 있다. 테니스스타 노박 조코비치의 모국으로도 유명한 동유럽 발칸국가 세르비아다.

4일 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도심에서 열린 친러시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러시아 국기를 앞세우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세르비아 항공은 다음주부터 수도 베오그라드와 러시아 모스크바를 잇는 항공편을 주 8회에서 주 15회로 갑절로 늘리기로 했다고 발칸 지역매체 발칸 인사이트가 보도했다. 유럽연합(EU) 27국을 포함해 유럽 36국이 러시아 항공기의 영공 통과를 금지하며 하늘길을 차단하면서 이 조치에 동참하지 않은 세르비아가 우회로가 되면서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항공편수만 늘어난게 아니다. 에어세르비아는 모스크바 직항편에 자사가 보유한 최대 기종인 A330-200까지 투입하기로 했다고 항공전문매체 심플 플라잉은 전했다. 세르비아가 하늘길이 차단된 EU와 러시아 사이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게 되면서 당분간 항공 특수를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일 밤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친러시아 시위 참가자들이 러시아 국기를 앞세우고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앞서 세르비아 정부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동참하고 있는 대러시아 제재에 불참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다음날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 참여를 거부하고, 세르비아가 러시아와 유럽을 오가려는 사람을 위한 다리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존중하지만, 서방 국가가 주도하는 제재에는 동참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세르비아는 냉전시절 유럽의 사회주의 강국의 지위를 누리다가 1990년대 이후 내전과 민족 갈등을 겪으며 해체된 유고슬라비아를 구성하던 나라다. 당시 유고슬라비아는 현재 세르비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북마케도니아, 코소보 등으로 분리됐다. 이 중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는 나토와 EU에 가입하며 적극적인 친서방 정책을 펼쳤다. 반면 세르비아는 EU 가입을 추진하면서도 친러시아 정책은 유지하고 있다.

<YONHAP PHOTO-1843> FILE PHOTO: Serbia's President Aleksandar Vucic gestures during conference of the Open Balkan summit at the Palace of Brigades in Tirana, Albania December 21, 2021. REUTERS/Florion Goga//File Photo/2022-03-03 05:18:18/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부치치 대통령은 대러제재 동참 거부 의사를 표명하면서 러시아와의 특별한 인연을 강조했다. 1990년대 전쟁 당시 나토 국가들이 세르비아에 각종 제재를 가할 때 러시아가 세르비아를 지원해줬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코소보가 2008년 세르비아에서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했을 때 한결같이 지원해준 나라가 러시아라고도 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러시아는) 1990년대 제재를 부과하지 않은 유일한 나라이며, 유엔에서 우리의 영토의 진실성을 지원해줬다. 우리는 이를 잊어선 안된다”고 말했다고 동유럽 전문매체 bne 인텔리뉴스는 전했다. 세르비아의 집권 여당은 친러 성향이 강하고, 천연가스 등 에너지의 대러 의존도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4일 밤(현지시각) 수도 베오그라드에서는 러시아 지지자들이 러시아 국기를 앞세우고 가두 행진을 벌이며 러시아 지지구호를 외쳤다. 유럽 곳곳에서 우크라이나 국기를 앞세운 우크라이나 지지·러시아 규탄 집회가 열리는 것과 다른 풍경이다. 일각에서는 집권층의 이 같은 행보는 내달 치르는 총선에서 친러성향이 강한 유권자의 결집을 위한 정치적 포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에어세르비아 항공기가 이륙하는 모습. 이 회사는 다음주부터 모스크바-베오그라드 항공편을 2배 늘리기로 했다. /Simple Flying. Vincenzo Pace

세르비아는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난민들은 인도적 차원에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세르비아로 들어오는 난민 수는 현저히 적은 편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세르비아의 국제제재 동참 거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이슨 스타인바움 미국 조지마셜펀드 연구원은 “국제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세르비아도 제재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