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 가이수모바 페이스북

우크라이나 내 친러 성향으로 알려진 지역 주민들이 러시아 군용 트럭에 맨손과 우산으로 맞서는 등 격렬하게 저항 중이다.

7일(현지 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친러 성향의 지역들을 ‘해방’시키겠다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가운데, 정작 친러 지역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남부 소도시 멜리토폴에서는 주민들의 거센 저항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멜리토폴은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당시 초창기부터 로켓포 공격을 가하며 점령하려고 했던 지역이다. 이곳은 지난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에 인접해있고,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주민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의 주민들은 러시아군의 장갑차와 트럭이 몰려 들이닥쳐도 거리로 나와 맨몸으로 저항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달 26일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서 국가를 부르며 거리 행진을 벌였다. 지난 1일에는 수백명이 광장에 모여 “멜리토폴은 우리 땅”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특히 이날 주민들은 러시아군이 주둔한 건물로 향해 행진을 하기도 했다. 이에 러시아군은 공중에 발포를 하며 위협하기 시작했고, 결국 주민들 가운데 부상자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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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저항 분위기가 더욱 격렬해졌다. 러시아군과 주민들이 대치 중인 가운데 수십 명의 주민들이 러시아 군용 트럭을 맨손으로 막았고, 우산을 던지며 진로를 방해했다. 해당 지역에서 장난감 판매사업을 하는 올가 가이수모바(54)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주민들이 고함을 지르며 트럭을 가로막고 있다. 한 주민은 바닥에 누워 차량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트럭은 시끄럽게 경적을 울리지만 물러서는 이들은 한 명도 없다. 보도에 따르면 트럭 2대가 물러나면서 충돌하자 주민들은 환호하기도 했다고 한다.

가이수모바는 이에 대해 “분노가 터져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지역의 외과의사인 안드리 라드첸코(41)는 “러시아 국기를 보면 우리가 반길 거라고 생각했나본데, 우리 동네에 러시아를 기다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우리는 그들의 사기를 떨어트리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 이곳에선 매일 시위가 열리고 있고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다. 또한 통조림과 같은 식량을 나눠주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인과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는 내용의 전단을 뿌리는 등 러시아 측의 회유책도 주민들에겐 통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심에는 이반 페도로프 멜리토폴 시장이 버티고 있다고 한다. 그는 러시아 측 협력 제안을 거부하고 매일 페이스북을 통해 도시 정상화와 주민 소통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