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앙은행/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정부가 1억1700만달러(약 1445억원) 규모의 채권 이자를 갚아야 하는 만기일이 오는 16일(현지 시각)이다. 러시아 제재 후 첫 이자 지급일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지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맞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 외화보유액 3150억달러(약 391조4000억원) 가량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 제재로 동결 상태다. 러시아는 앞서 제재가 풀릴 때까지 루블화로 갚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채권은 달러로 지급하기로 계약한 것이라, 신용평가기관들은 루블화나 중국 위안화 등 다른 화폐로 갚을 경우 디폴트 상태와 같다고 밝혔다.

당장 이자를 갚지 못하더라도 30일간 유예기간이 있어 바로 디폴트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신용평가기관들이 러시아가 갚을 의지가 없다는 게 확실하다고 판단하면, 유예기간이 끝나기 전 디폴트를 선언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러시아가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은 러시아 장기 신용등급을 디폴트 직전 단계인 ‘C’ 등급으로 강등했다. 지난주 피치는 “러시아가 빚을 갚으려는 의지도, 빚을 갚을 능력도 없다”며 “디폴트가 임박했다”는 입장을 냈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ATM앞에 돈을 찾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AP 연합뉴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도 지난 13일(현지 시각) 미 CBS와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디폴트는 더 이상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며 “러시아는 돈은 있지만, 접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디폴트 사태가 국제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JP모건은 러시아 정부가 빌린 돈이 작년 말 기준 400억달러(약 49조7000억원)로 상대적으로 적다고 평가했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역시 “서방 은행들이 시스템적으로 관계가 없어 현재까지는 금융위기로 이어질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러시아가 디폴트에 빠지더라도 최대 약 600억달러(74조 5000여억원) 정도 빚이 생기는 데, 이건 2020년 아르헨티나가 디폴트 사태를 겪을 때 진 빚 정도로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이 없었다고 CNN은 분석했다.

그러나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한 금융 기관이 러시아 부채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경우 영향이 퍼져가며,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 했다. 또 디폴트가 러시아 회사들이 돈을 지급하지 않도록 만들어 두 번째 위험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오는 18일 열리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추가로 올릴지도 관심사다. 서방의 각종 제재로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중앙은행이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지난달 말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9.5%에서 20%로 파격 인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