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DF frontal 트위터

러시아군이 두 손을 들며 항복 의사를 밝힌 민간인을 살해한 장면이 드론 영상에 포착됐다. 민간인 특히, 항복 의사를 표현한 사람에 대한 공격은 제네바 협약에 따라 금지된 전쟁범죄다.

독일 공영방송 ZDF는 15일(현지시간) 한 우크라이나 자원봉사자가 수도 키이우 인근 고속도로를 감시하기 위해 촬영한 드론 영상의 일부를 입수해 공개했다.

ZDF는 해당 영상이 지난 7일 오후 2시 16분 키이우 서쪽의 E40 고속도로에서 촬영됐다고 보도했다.

영상을 보면 도로 가장자리 숲 쪽에 흰색의 러시아군 식별이 그려진 탱크가 정차해있고 러시아 병사로 보이는 사람이 움직이고 있다. 이때 해당 도로를 달리던 은색 차량 한 대가 서서히 속도를 늦추더니 곧 차를 돌려 멈춰 선다.

/ZDF frontal 트위터

이후 운전석에서 한 남성이 두 손을 든 채 하차한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바닥에 쓰러진다. 이어 탱크 쪽에 있던 군인들이 남성에게 달려가더니 그의 손발을 잡고 갓길 쪽으로 질질 끌고 가는 모습도 담겼다.

/ZDF frontal 트위터

ZDF는 키이우 지하 벙커에서 활동하는 드론 조종사 자노자(익명)를 직접 만나 영상의 진위 여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자노자는 해당 영상 원본과 타임스탬프, 촬영에 사용한 드론 등을 취재진에게 보여준 것으로 전해졌다.

자노자는 영상에 포착되지 않은 이후의 상황도 설명했다. 그는 남성의 차량에 아내와 자녀로 보이는 여성과 어린이가 타고 있었다며 “군인들이 남성의 시신을 옮긴 뒤, 여성과 어린이를 인근 숲으로 데려갔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이 타고 온 은색 차량은 군인들이 견인해 불태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가 반인륜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최근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 어린이병원, 산부인과 병원, 모스크 등을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중이다. AP통신은 15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한 중환자 병원에 시민 400명과 병원에 있던 의료진 및 환자 100명을 몰아넣고 ‘인간 방패’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병원 건물은 포격으로 심각하게 파손됐으며 의료진이 지하 임시 병동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러시아군이 열압력탄, 집속탄, 백린탄 등 제네바 협약에 의해 금지된 대량살상 및 비인도적 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국제형사재판소(ICC)와 독일 검찰 등은 최근 러시아군의 열압력탄과 집속탄 사용 증거를 발견했다며, 전쟁범죄 혐의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