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마리우폴 영화관 사진/텔레그램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이 길어지면서 민간인 피해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달 1일부터 러시아군에 포위된 도시 마리우폴의 피해가 심각하다.

16일(현지 시각) 민간인 대피 장소인 우크라이나 도시 마리우폴의 영화관이 러시아의 폭격을 받아 불타고 있는 현장이 공개되었다../트위터

마리우폴 시의회는 16일(현지 시각) 민간인 대피 장소였던 영화관이 폭격으로 무너진 사진을 공개 했다. 수백 명에서 많게는 1000여명이 대피한 곳으로 알려진 장소다. 페트로 안드리우슈첸코 마리우폴 시장 고문은 “마리우폴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대피한, 가장 큰 대피소”라며 “1000명 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들었다. 포격과 폭격이 계속돼 수색 작업을 하기 어렵다”고 했다. 가디언은 이 극장에 “어린이와 환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무너진 영화관 건물 잔해에서 여전히 불길이 치솟고 있다. 영화관 건물 가운데가 폭격으로 완전히 부서졌다. 시의회는 “폭탄을 피하기 위한 은신처로 들어가는 입구도 파괴됐다”고 전했다.

공개된 마리우폴 위성 사진. 마당에 민간인이 있음을 알리기 위해 어린이(빨간색 동그라미)라고 써놨다/막서 테크놀로지

CNN은 이날 이 곳이 폭격 당하기 전 위성사진을 분석해, 영화관이 맞는다고 확인했다. 특히 영화관의 앞마당과 뒷마당 각각에는 러시아어로 ‘어린이’라는 단어가 크게 적혀 있었다. 비행기 조종사가 하늘에서 내려다봤을 때 이 곳에 어린이가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한 표식이었던 것이다.

시의회는 이날 사진을 전하며 “(러시아군이) 의도적으로, 그리고 비꼬듯이 마리우폴 중심에 있는 영화관을 파괴했다”며 “이 끔찍하고 비인간적인 공격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는지 헤아릴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들의 잔인성, 냉소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어린이, 여성, 노인 같이 완전 비무장 상태인 평화로운 민간인도 적들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며 “우리는 절대 잊지 않고,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너진 마리우폴 영화관 사진/텔레그램

400명 넘는 사람들이 마리우폴의 한 병원에 갇혀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들이 인질이라고 했다. 병원 내부에 있는 한 시민은 텔레그램 채널에 “총격이 계속돼 병원 밖으로 나갈 수 없고, 우리는 지하에 앉아 있다. 이틀 정도 밖에 버틸 자원이 없다. 러시아군이 인근 민가에서 400명 가량을 데리고 와 우리 병원에 밀어 넣었다. 인근 높은 건물들은 계속 불타고 있고, 우리는 나갈 수 없다”고 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동남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의 한 아파트가 러시아군 탱크의 포격에 불길이 치솟고 있다./연합뉴스

마리우폴은 포위 이후부터 민간인 대피 통로를 만드는 것을 두고 계속해서 협상했으나 실패했다. 인도주의적 통로가 겨우 열린 지난 15일 약 2만명이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이들이 밖 상황이 너무 위험해 가족 시신도 수습하지 못한 채 거리에 남겨두고 떠났다고 했다. 도시에 아직 남아 있는 사람들은 물과 식량이 동나고 전기가 끊겨 눈을 녹여가며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군에 포위된 도시 마리우폴의 시의회가 16일(현지 시각) 민간인 대피 장소였던 영화관이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영상을 공개된 가운데 주미러시아대사관은 SNS를 통해 CNN의 러시아군 마리우폴 극장 포격 기사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트위터

한편,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영화관 폭격이 우크라이나 아조프(azov) 부대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16일 러시아 공군은 어떤 작전도 수행하지 않았다”며 “마리우폴에서 (러시아로) 도망친 피란민들이 말하길, 아조프 부대가 영화관에 민간인들을 인질로 잡아 두고 그 위층에 포대(砲隊)를 구축했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간인의 위험을 고려할 때, 영화관 빌딩은 절대 타깃이 될 수 없다”고 주장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