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받으려 줄을 섰다가 러시아군 공격에 사망한 민간인들로 추정되는 시신. /@EmineJeppar 트위터

우크라이나에 머물던 미국 민간인이 러시아군에 의해 사망했다. 유족에 따르면 60대 남성인 희생자는 빵을 얻으려 줄을 서던 중 포격을 받고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 경찰 당국은 17일(현지 시각) 페이스북을 통해 “점령자들이 비무장 시민에게 중포 공격을 가했다. 사망자 중에는 미국인 1명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같은 날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 시민 한 명이 숨졌다는 것을 확인해 드릴 수 있다”고 전하며 “의도적으로 민간인을 목표로 하는 것은 전쟁범죄”라고 말했다.

CNN은 사망한 미국인이 미네소타주 출신인 제임스 휘트니 힐(68)이라고 보도했다. 힐은 러시아의 침공이 있기 몇 달 전 우크라이나인인 연인의 치료를 위해 현지를 찾았고, 체르니히우에 머물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페이스북에 글을 써 힐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연인이 병원에 몸을 피해 있는 동안 다른 몇 명의 사람들과 함께 빵을 얻으려고 줄 서 있을 때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신은 경찰에 의해 길에서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힐은 거의 매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현장의 참혹함과 대피 상황을 알려왔다. 전쟁 발발 이틀 뒤인 지난달 26일에는 “우리는 병원 3층에 있고 대부분의 환자들은 폭격을 피해 지하로 갔다. 지하는 춥고 인터넷도 안 된다”고 썼다.

러시아군 포격에 희생된 미국인 힐이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쓴 글. /페이스북

나흘 뒤에는 “체르니히우에서는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우크라이나군이 도시를 장악하고 있지만 포위된 상태다. 아무도 나가거나 들어올 수 없다”고 했고, 종종 “(러시아군이) 나를 붙잡을 경우를 대비해 가능한 한 늙고 정신이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려고 노력 중”이라는 농담도 덧붙였다.

마지막 글이 된 지난 15일 게시물에는 “강렬한 폭격. 아직 살아있다. 음식이 많지 않다. 방은 매우 춥다. 지금은 (대피한 병원) 중환자실에 머물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글엔 그를 추모하는 네티즌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13일 우크라이나 소도시 이르핀에서는 미국 유명 영상기자인 브렌트 르노가 러시아군 공격으로 사망했다. 이틀 뒤 폭스뉴스 촬영 기자 피에르 자크셰브스키도 호렌카 지역에서 총격을 받아 숨졌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기자들 차에 불이 붙은 건 우크라이나 공격 때문”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