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3일 일본 국회에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교도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3일(한국 시각) 러시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이어가달라고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한국 시각) 일본 참의원(상원) 및 중의원(하원) 의원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생중계된 화상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사린 등 화학무기를 사용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원자력 발전소를 공격한 것에 대해서는 “러시아는 핵물질 처리장을 전쟁터로 바꿨다”며 “전쟁 후 이것을 처리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상상해보라”고 했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때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의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이미 수천 명이 희생됐고, 그 중 121명은 어린이였다”며 전쟁의 참상을 전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일본에 대 러시아 경제제재를 계속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일본은 서방 국가와 함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 러시아의 주요 인사와 금융기관 등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방탄복과 헬멧 등 방위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고, 인접국으로 피신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일본 입국도 허용했다.

그는 “일본은 평화를 재건하기 위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러시아에 실질적 압박을 가한 나라”라며 “러시아와 무역을 금지해야 한다. 러시아군에 자금이 흘러가지 않도록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을 떠나야 한다”고 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 등 일본 각료들은 중의원 제1의원회관 회의실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을 청취했다. 연설이 끝나자 기시다 총리를 비롯한 일본 의원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기시다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 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강한 결의와 용기로 조국과 국민을 지켜내려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