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재벌 소유의 호화 요트가 유럽연합(EU)의 제재 적용이 안되는 터키에 정박하려 하자 우크라이나인 10명이 모터보트를 타고 그를 막아섰다.
22일(현지 시각) 더 타임스 등에 따르면 전날 러시아 올리가르히(정권과 유착된 신흥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55)의 요트 두 대가 터키로 들어왔다.
아브라모비치는 유명 축구팀 첼시의 구단주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와 세계 최대 알루미늄 회사 루살의 총수 올레그 데리파스카, 러시아 철강업체 소유주 알리셰르 우스마노프 등 러시아의 부호들은 서방의 제재 명단에 오른 상태다.
요트 두 대 중 길이 162.5m인 거대 요트 이클립스는 터키 마르마리스의 항구로 들어왔다. 해당 요트는 약 7억 5000만 파운드(약 1조 2094억원)로 추정된다. 이는 카리브해를 출발해 EU해역을 피해 이곳으로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또다른 요트 솔라리스는 터키 보드룸의 항구로 들어왔다. 해당 요트는 길이 약 140m로, 약 6억 파운드(약 9678억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솔라리스가 항구에 들어설 당시 어린이 5명을 포함한 우크라이나인 10명이 작은 모터보트를 타고 그 앞으로 가로막았다. 이들은 “전쟁 금지”라는 글자가 적힌 우크라이나 국기를 휘날리며 해당 요트의 정박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해안경비대가 개입하기 전까지는 (시위가) 성공적이었다”며 “우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즉시 중단하고 사악한 전쟁을 끝낼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비대에 끌려가 맛있는 터키 차 한 잔을 마시며 경고를 받고 풀려났다”고 덧붙였다.
뉴욕포스트는 “자산을 투자하고 보존하고자 하는 러시아 재벌들에게 터키는 안전한 피난처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소식통에 따르면 아브라모비치와 다른 러시아 재벌들이 제재를 받을 경우 터키에 투자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유럽연합 제재 명단에 오른 드리트리 품퍈스키(58)의 요트 악시오마는 영국 해외영토 지브롤터에 들어왔다가 압류됐다. 해당 요트는 약 5700만 파운드(약 918억원)로, 강제 매각될 예정이다. 선장은 영국 해외영토도 제재를 그대로 따르는지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푸틴 대통령과 연관된 러시아 고위층의 해외 자산이 최소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 프랑스 르몽드 등 세계 주요 매체와 언론 단체가 참여한 ‘조직범죄·부패 보도 프로젝트’(OCCRP)의 러시아 자산 추적 웹사이트에 따르면 올리가르히와 고위 관료 35명의 자산을 추적한 결과, 170억 달러(약 20조 8000억원) 상당의 해외 자산이 확인됐다.
이들은 추적 기간이 2020년부터 최근까지라며 추가 공개를 예고했다. 해당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드루 설리번은 “푸틴 아래 러시아는 극소수가 통제하고 있다”며 “이들은 푸틴의 권력을 비호하는 조력자인 동시에 러시아인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푸틴 체제에서 이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