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당초 예상과 달리 교착상태에 빠져들면서 러시아군 수뇌부가 책임 추궁을 받고 대거 문책당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은 2주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지난 22일(현지 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현 상황에) 대단히 화가 나 있다”고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이날 보도에서 “러시아에서 푸틴에 이어 ‘제2인자’로 불리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지난 11일 터키 국방장관과 회담을 한 이후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극히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지난 18일 한 러시아 국영방송이 “쇼이구 장관이 부상병을 만났다”고 보도했으나, 이때 방송된 영상은 일주일 전과 같은 것이었다. 푸틴 대통령과 함께 있는 모습이 공개된 것도 지난달 27일이 마지막이었다. “직위 해제됐을 것” “지병이 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쇼이구 장관은 푸틴과 생일, 휴가를 같이 보낼 만큼 가깝고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꼽히기도 한다.
러시아군의 최고 지휘관인 발레리 게라시모프 합참의장 역시 지난 11일 부상병 방문이 마지막 공개 행보였다. 작전을 지휘해야 하는 최고 사령관이 종적을 감춘 것이다. 이 외에도 지난 12일에는 대(對)우크라이나 정보 수집 책임자인 세르게이 베세다 연방보안국(FSB) 제5국 국장과 아나톨리 볼류흐 부국장이 가택 연금됐다.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군을 환영할 것’이라는 등 침공에 낙관적인 잘못된 정보를 내놨다는 이유였다. 또 지난 17일에는 ‘푸틴의 개인 사병’이라 불리는 러시아 국가경비대의 로만 가브릴로프 부사령관이 군 정보 유출 혐의로 체포됐다. 기소 없이 풀려났지만 즉각 해임됐다. 이에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에서) 특별 군사작전이 진행 중이라, (쇼이구 국방장관이) 언론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가 아니다”라며 건강 이상설 등을 일축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