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박 2일간의 폴란드 순방 마지막 날인 26일(현지 시각)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유례없이 강력한 비난과 경고를 쏟아냈다. 그를 ‘독재자’ ‘전쟁 범죄자’ ‘도살자’라고 칭하며 “푸틴이 권좌에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궁전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의 접경국인 폴란드를 방문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권좌에 계속 남아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연설 직후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러시아의 정권 교체를 언급한 게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다. 2022.3.27 AP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바르샤바의 구(舊) 왕궁 광장에서 행한 특별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한 ‘독재자’가 절대 권력에 대한 갈망을 충족시키려 무차별적인 폭력과 거짓말을 통한 선동을 선택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전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의 숨통을 조르고 있다”며 “자유를 위한 거대한 싸움, 민주주의와 독재의 대결, 자유와 억압 간의 새로운 싸움이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단순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싸움이 아니라, 러시아와 전 세계 민주주의 진영 간의 싸움이라는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국민을 향해 “당신들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라며 “푸틴 때문에 러시아가 전 세계로부터 고립되고 과거로 뒷걸음치게 하지 말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푸틴이 권좌에 계속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국민이 직접 푸틴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안제이 두다 대통령과 회담에서는 미국의 유럽과 폴란드 방위 공약을 확실히 했다. 그는 “유럽의 안정은 미국의 안정으로 직결된다”며 “폴란드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은 나토 회원국 모두에 대한 공격으로, 미국과 다른 모든 회원국이 즉각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집단 방위 의무’를 규정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헌장 5조를 “(반드시 지켜야 할) 성스러운 약속”이라고 했다.

그는 바르샤바 시내 PGE 국립 경기장에 마련된 피란민 센터를 찾아 자원 봉사자들을 격려하고 피란민들을 만나 위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피란민과 어린이들에게 (꿋꿋이 버텨 줘)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민간인 학살과 피란민 사태를 초래한) 푸틴은 도살자(butcher)”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인 25일에는 폴란드 국경 도시 제슈프를 찾아 미군 82공수부대 장병과 피란민 구호 단체를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의 대(對)러 항전을 1989년 중국 톈안먼(天安門) 사태 당시 몇몇 시민이 맨몸으로 탱크를 가로막았던 일에 비유하며 “푸틴은 솔직히 말해 전쟁범죄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