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코로나가 펜데믹(대유행)에서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하는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 시각)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같이 보도했다.
WSJ는 한국의 코로나 대응에 대해 “인구당 신규 확진자가 미국, 영국의 정점보다 3배나 큰 규모로 발생하고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등 확산 통제 조치가 중단됐다”며 “한국의 보건 당국은 최근 이런 대규모 발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코로나를 가장 위험한 전염병 범주에서 하향 조정하려는 새 목표를 두고 실시된 시험”이라고 분석했다.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을 통해 집단면역 달성을 도모하려 한다고 본 것이다.
WSJ는 한국의 높은 백신 접종률과 낮은 치명률 등을 이유로 코로나가 엔데믹으로 가장 먼저 전환하는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전염병 전문의인 캘리포니아대학교 의과대학의 모니카 간디 교수는 “한국이 풍토병으로 전환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될 수 있다”며 “97%에 달하는 높은 예방 접종률과 공중 보건 시스템에 대한 높은 신뢰 등 펜데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31일 0시 기준 국내 3차 접종률은 63.8%고, 2차 접종률은 86.7%다. 1차 접종률은 87.6%로 나타났다. 현재 누적 치명률도 0.13%로 세계에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코로나의 감염병 등급을 1급에서 2급으로 하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법정 감염병은 위험도와 대응 방식 등에 따라 1~4급으로 분류되고 있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18일 “유행 정점이 지나고 나면 법정 감염병 2급 전환 부분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WSJ는 “몇몇 보건 전문가들이 (코로나의) 위험 등급을 낮추는 것을 시기 상조라고 말하기도 한다”며 “한국은 메르스, 에볼라, 신종플루 등을 초기에 가장 위험도가 높은 등급인 1급으로 분류한 후 지금까지 강등시킨 적이 없다”고 전했다.
WSJ는 한국 외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최근 방역 규제를 완화하면서 풍토병 전환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체 인구 대비 백신 접종률이 92%에 달하는 싱가포르는 최근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중단했고 백신 접종자에 한해 격리 의무를 해제했다. 호주 또한 펜데믹으로 닫았던 국경을 열고 입국 의무사항이었던 PCR 검사도 폐지했다. 일본도 지난 21일부터 17개 광역자치단체에 부과된 중점조치 전면 해제와 입국제한 완화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