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를 점령했던 러시아군이 대부분 벨라루스 접경 지역으로 철수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 운영기업인 에네르고아톰은 31일 성명을 내고 “체르노빌 원전과 접근 제한 구역의 시설을 점거했던 러시아군이 국경 쪽으로 출발했다. 원전 인근 슬라우티크 마을을 포위한 러시아군도 떠났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러시아군이 체르노빌에서 철수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들이 모두 사라졌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체르노빌 원전은 1986년 4월 26일 원자로 가동 시험 중 핵 분열을 통제하지 못해 역사상 최악의 원전 폭발 사고가 일어난 곳이다. 현재 모든 원자로의 가동은 중단된 상태다.
러시아군은 개전 초기에 체르노빌 원전을 장악했다. 당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러시아는 핵시설 안전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등 러시아의 원전 점령에 전 세계적인 우려가 쏟아졌다.
러시아군이 체르노빌 원전을 떠난 데에 대해서는 병사들의 피폭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현지 UNIAN 통신은 31일 방사선에 피폭된 러시아 병사를 태운 버스 7대가 벨라루스 병원으로 갔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체르노빌 접근제한구역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원전 인근에 있는 ‘붉은 숲’에서 참호를 팠다고 전했다.
붉은 숲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끔찍함을 보여준 상징적인 장소로, 방사선에 피폭된 소나무들이 붉은 색깔로 변해 고사한 지역이다. 이곳의 시간당 방사선량은 세계 평균의 5000배 이상이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28일 체르노빌 원전을 장악한 러시아군이 방사능 보호 장비를 차지 않고 붉은 숲에서 방사능 먼지를 일으켰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러시아군이 보호장비 없이 장갑차를 몰고 붉은 숲을 통과했다”며 “이는 자살행위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