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에게 심문받던 중 끔찍한 ‘모의처형’을 당했다는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증언이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 지역 주민들과 나눈 이야기를 보도했다. 인터뷰는 수도 키이우에서 동쪽으로 약 100㎞ 떨어진 노바 바산 마을에서 진행됐으며, 이곳은 지난달 31일 러시아군의 무자비한 공격이 쏟아졌던 곳이다.
마을 관리자인 미콜라 다쳰코는 러시아군이 마을을 점령했던 날들을 떠올린 뒤 “끔찍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에 따르면 다쳰코는 러시아군에 포로로 잡혔던 20명의 남성 중 한명이었다. 러시아군은 포로들을 감금한 채 해당 지역에 보관된 탄약의 존재를 캐물었고, 이 과정에서 수십 차례 처형하는 시늉을 했다고 한다.
다쳰코는 자신의 머리를 스쳐 지나는 총알을 온몸으로 느껴야 했다. 눈이 테이프로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공포감은 더 컸다. 다쳰코는 러시아 병사의 이같은 행위가 15차례나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남성 두 명도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털어놨다. 러시아군이 주먹과 발은 물론 소총 개머리판을 휘두르며 무차별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그중 올렉시 브리즈갈린이라는 이름의 30대 남성은 다리 사이에 수류탄을 낀 자세로 무려 30시간 동안 묶여 있었다.
당시 주민들은 축사와 지하실 등에 감금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식량은 감자 2알이 전부였고 화장실도 단 한 번씩만 이용할 수 있었다. 공간이 매우 비좁았던 탓에 여전히 다리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NYT는 러시아군 철수 후 우크라이나군이 수복한 마을과 인근 풍경을 자세히 전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국토방위군으로부터 식량 등 지원 물자를 건네받았고,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났음을 실감한 듯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었다.
긴장한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한 마리아 루덴코(82)씨는 “집 안에서 떨고 있었다. 총격이 너무 무서워 밖을 돌아다닐 수 없었다”며 “촛불도 없이 3일간 앉아만 있었다. 모두가 피란길에 올랐지만 나는 홀로 남겨졌고 감자와 오이만 조금씩 먹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