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 소도시 부차 거리에서 수습된 민간인 희생자의 시신이 차량으로 옮겨지고 있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도시 부차에서 집단 학살을 자행한 증거들이 드러나고 있다.

4일(현지 시각)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부차의 모토이즈힌 마을 숲속에서 시신 4구가 발견됐다. 이중 올하 수첸코(51)와 남편 이고르, 아들 올렉산더 등 3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올하는 마을의 이장으로, 당국은 이들 가족이 우크라이나 군인을 도운 혐의로 살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숲 가장자리에 이들을 반쯤 묻어, 손과 얼굴 등은 흙 사이로 드러나도록 남겨뒀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마을의 아동복지관 건물 지하에서도 5구의 시체가 발견됐다. 민간인 복장을 한 5명의 남성은 손이 등 뒤로 묶인 채 머리 또는 가슴에 총을 맞았다. 이들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이들이 “러시아군에 의해 인질로 잡혀 처형됐다”고 밝혔다.

시신을 옮기던 자원봉사자는 BBC에 “우리는 그들이 총에 맞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남편이 물을 얻으러 거리로 나온 아내를 불렀고, 총성이 이어졌다”고 증언했다.

이날 부차를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평화로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무슨 일을 했는지 세계에 보여주길 바란다. 희생자들이 민간인이라는 점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BBC에 “우리 군이 매일 싸우고 있지만 수백만명의 목숨을 잃는 것은 원치 않는다. 우리는 러시아와 대화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