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점령했던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다수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 현지 여성들이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러시아군 퇴각 후 우크라이나군이 수도 키이우와 북부 지역을 탈환하자 이 지역 여성들이 현지 경찰과 언론, 인권 단체에 성폭행 피해 사실 등을 신고하기 시작한 것이다. 집단 성폭행을 포함해 총구를 들이대고 위협하거나,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강간당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수도 키이우 외곽에서 시신 4구를 발견한 사진작가 미하일 팔린차크는 “담요로 싼 남성 1명과 여성 3명의 시신을 발견했다”며 “여성들은 옷이 벗겨진 상태였고, 신체 일부가 불에 탔다”고 가디언에 증언했다. 가디언은 “팔린차크의 사진을 비롯해 러시아 점령지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즉결 처형과 강간, 고문이 자행됐다는 증거가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 ‘라 스트라다 우크라이나’의 카테리나 체레파카 회장은 “도움을 요청하는 여성과 소녀들로부터 수차례 전화를 받았지만, 포격 때문에 이들에게 다시 연락하거나 도울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현재 드러난 상황이 빙산의 일각일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검찰과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신고된 성폭력에 대해 수사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토니나 메드베드추크(31)는 “키이우를 탈출하기 전 호신용으로 콘돔과 (긴급한 상황에서 가해자를 공격할 용도로) 가위를 챙겼다”며 “폭격이 멈출 때마다 응급 구호 상자 대신 피임 도구를 구하러 다녔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지난달 22일에는 키이우 동부 교외 지역인 브로바리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건이 드러나 공분을 샀다. 이날 이리나 베네딕토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키이우 지역에서 민간인 여성을 강간한 혐의로 러시아 군인을 기소했다”며 “러시아 군인이 민간인 집에 침입해 남성을 총으로 사살하고, 그 아내를 성폭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개전 이후 난민 여성 수백 명을 돕는 우크라이나 단체 ‘페미니스트 워크숍’은 지역 정부와 협력해 성폭행 피해자에게 의료적, 법적, 심리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 단체의 르비우 지부 관계자는 “러시아가 강간 등 성폭력을 군사 전술로 이용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회 전반에 깊은 고통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