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 야블론스카 거리에 방치돼 있는 시신들이 찍힌 3월 19일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NYT는 러시아군이 철수를 완료한 3월 30일 전부터 시신들이 거리에 방치돼 있었다는 증거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4월 2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부차마을 거리에 쓰러져 있는 민간인 희생자들./AFP 연합뉴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인근 부차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이 조작이라는 러시아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전날 러시아 국방부는 자국군이 부차를 떠난 후에 (우크라이나 측이) 시신을 옮겨 놓은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NYT는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러시아의 주장이 허위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3일 부차에서 손이 묶이고 머리에 총상을 입은 시신들의 사진이 공개되자 “러시아 부대 전원이 부차에서 완전히 철수한 지난달 30일 이후에 시신들을 거리에 가져다 놓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진들이 조작됐다며 “우크라이나 극단주의자들의 도발”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그러나 NYT가 현지에서 찍은 영상과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부차에 버려진 시신 중 다수가 러시아군이 마을을 점령하고 있던 3주 전에 이미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일 지방의회 의원이 촬영한 영상에는 부차의 야블론스카 거리에 시신 여러 구가 흩어져 있었다. 맥사 테크놀로지스가 제공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이들 중 최소 11명은 러시아가 부차를 점령한 3월 11일부터 거리에 방치됐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북쪽 소도시 부차에서 4일(현지 시각) 주민들이 러시아군에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민간인 집단 매장지를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NYT는 시신이 언제 처음 나타났는지, 언제 살해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전후의 위성영상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 지난달 9일부터 11일 사이 시신으로 추정되는 검은 물체들이 야블론스카 거리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NYT는 “추가 분석 결과, 검은 물체들은 3주 이상 그 위치에 그대로 방치됐다”고 했다.

시신들은 야블론스카 거리를 따라 800m 내외에 흩어져 있었다. 일부 시신은 포탄이 만든 분화구 옆에 있었고 또 다른 일부는 버려진 자동차 근처에 있었다. 어떤 시신들은 흰색 천으로 손이 등 뒤로 묶인 채 발견됐다. 위성사진에 따르면 이들 시신은 지난달 20일에서 21일 사이에 처음 나타났다.

이들은 2일 이후 발견된 민간인 시신 중 일부에 불과하다. AP통신은 사무실 건물 뒤편에서 최소 6구의 시신을 발견해 보도했고, NYT 사진기자 역시 이 근처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은 한 남성의 시신을 발견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교외 부차 지역에서 400여구의 민간인 시신이 발견되었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행위에 대해 “이것은 집단학살이다. 우크라이나 전체와 국민을 말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으나 현재 러시아는 '연출장면'이라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