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북서쪽 소도시에서 주민들이 러시아군 공격으로 파괴되고 벽면이 검게 그을린 아파트 앞을 걸어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길어지면서 우크라이나 군사와 민간인뿐 아니라 러시아군의 인명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일부 러시아인들 사이에서도 반전(反戰)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텔레그래프는 최근 남편을 잃은 러시아인 아나스타샤 반쉬코바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러시아 중부에서 3살 난 딸과 함께 살고 있다는 반쉬코바는 최근 군 당국으로부터 남편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건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 우리가 시작하지 않았다. 정부 당국의 전쟁일 뿐”이라며 “지금 전장에 있는 남성들도 이런 전쟁을 원한 건 아닐 것이다. 그들은 훈련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결국 작전에서 최후를 맞았다”고 했다.

이어 “남편의 친한 친구도 어제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날은 얼굴도 못 본 딸이 태어난 지 한 달이 된 날이었다”며 “최대한 빠르고 평화롭게 전쟁이 끝나 가능한 한 적은 피해자만 낼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일부 러시아 군인들은 자신들이 참전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전투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지난 2월 27일 정부군에 잡힌 러시아군 포로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 속에서 러시아군은 “이르쿠츠크에서 온 2002년생 운전병”이라고 자신의 신원을 밝힌 뒤, “우리는 이곳이 우크라이나인 줄 몰랐다. 군사훈련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알지 못했다. 푸틴에게 속았다”고도 했다.

지난달 초에는 우크라이나 주민들에게 둘러싸여 눈물을 흘리는 한 러시아 군인의 모습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그는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에 있는 부모와 전화 통화를 하며 흐느꼈다. 주민들이 건넨 따뜻한 차와 빵을 허겁지겁 먹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