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인류애와 애국심으로 자유와 평화의 길을 걸었던 병사들의 고귀한 이름이, 추모의벽을 통해 위대한 역사로 기억될 것입니다.”
지난 15일(현지 시각), 대한민국 카투사연합회가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을 찾고 이곳에 세워질 ‘추모의벽’ 건설 기금 5만 달러(약 6200만원)를 전달했다. 김해성 카투사연합회 회장은 존 틸러리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재단 회장에게 기금을 건넨 뒤, “한국전쟁에서 희생된 선배들의 이름이 새겨진단 사실에 큰 감사와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틸러리 회장은 “추모의 벽은 오늘날 미국의 가장 위대한 동맹국인 한국을 건설하기 위해 미국이 지불해 온 대가에 대한 좋은 교육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모의벽’은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 내 추모 연못을 중심으로 세워지는 높이 1m·둘레 50m의 화강암 벽이다. 벽면에는 한국전쟁 미군 전사자 3만6574명, 카투사 전사자 7174명 등 총 4만3000여명의 이름이 새겨질 예정이다. 앞서 2011년 랠프 홀 당시 미 하원 의원 등 5명이 ‘추모의벽 건립법’을 공동 발의했고, 2016년 미 상원을 통과했다. 2020년 한국 정부가 디자인 및 설계비로 200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해 7월 착공해, 1년 지난 오는 7월 27일 완공되어 첫 봉헌식을 거행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미 전쟁기념 시설에 외국군(軍)의 이름이 새겨지는 것인 카투사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윤수 카투사연합회 고문은 “추모의벽에 새겨질 분들은 모두 용기와 자부심, 임무에 대한 헌신으로 숭고한 삶을 살았던 영웅들”이라며 “이는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그들의 희생 덕분에 가능해진 굳건한 한미동맹을 보여주는 상징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달식 및 오찬에는 카투사연합회 관계자들을 비롯해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전우회 회장, 존 존슨 전 주한미군 8군 사령관, 캐슬린 스티븐스 한미경제연구소 소장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당초 한국전 참전용사 출신이자,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재단 회장을 맡았던 윌리엄 웨버 미 예비역 육군 대령도 초청될 예정이었지만, 지난 9일 향년 97세로 별세해 참석하지 못했다. 김해성 회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웨버 대령께서는 추모의벽 건립 사업을 전반적으로 주도해오셨다”며 “그의 별세에 모든 카투사연합회 회원들이 깊은 애도와 감사를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22일 미국 메릴랜드주(州)에서 열리는 웨버 대령의 장례식엔 김종욱 카투사연합회 명예회장이 대표로 참석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카투사연합회는 이날 기금 전달식을 마친 뒤 버지니아주(州)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토마스 밴달 전 주한미군 8군 사령관을 추모했다. 오는 6월 6일에는 현충일을 기념해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찾고 추모식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