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 벙커에 어린이들이 우크라이나군과 함께 대피해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마리우폴 우크라이나군의 최후 거점인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해당 제철소에는 우크라이나군과 민간인을 합쳐 약 2000명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적이 아조우스탈에 있는 마리우폴 방어군의 마지막 저항을 없애려 한다”며 러시아군의 공습 재개 사실을 알렸다.

우크라이나의 준군사조직 아조우 연대와 해병대는 해당 제철소에서 최후의 항전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1일 마리우폴을 사실상 점령했다고 선언하며 아조우스탈에 대해 “파리 한 마리도 통과하지 못하도록 봉쇄하라”고 지시했다.

병사들이 나눠준 차를 마시며 인사를 나누는 아조우스탈 제철소의 아이들. /우크라이나 공군 서부사령부 페이스북

한편 이날 우크라이나 공군 서부사령부는 페이스북을 통해 아조우스탈 내부 벙커에 대피해 있는 민간인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약 20명의 여성과 어린이가 병사들과 함께 제철소에서 지내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두 달이 넘도록 이곳에 있었다고 한다.

영상 속 아기를 안고 있는 한 여성은 “지난달 2일 이곳에 왔다”며 “우리는 정말 집에 가고 싶다. 이곳에 더 이상 남은 식량도 없다”고 말한다. 또 다른 여성은 “평화로운 하늘을 보고 싶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다”고 말했다. 한 소녀는 지난 2월 27일 가족과 함께 집을 떠났다며 “그 이후로 하늘도 태양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아무도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고 덧붙였다.

마리우폴은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독립을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과 2014년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반도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러시아군은 개전 초기부터 이곳을 주요 표적으로 삼았다.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마리우폴 비노라드네에 위치한 공동묘지 근처에 약 40m 길이의 집단 매장지로 보이는 구덩이 여러 개가 지난달 29일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앞서 전날에도 마리우폴 인근 마을 만후시의 공동묘지 근처에서 집단 매장지로 보이는 구덩이 300개 이상이 포착된 위성 사진이 공개된 바 있다. 해당 구덩이는 러시아군이 마을을 점령했던 지난달과 이달 사이 2주간 굴착된 것으로 시신 9000구를 매장할 수 있는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