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벨라루스 철도 노동자들이 열차를 통한 러시아군의 물자 수송을 고의적으로 방해해 진격을 늦추는 데 일조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2022년 1월 19일 벨라루스에 도착한 러시아 장갑차가 철도 플랫폼을 빠져나오고 있다./러시아 국방부 제공영상

WP 보도에 따르면 벨라루스 철도 노동자와 해커 등으로 이뤄진 반체제 집단은 지난 2월 말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잇는 벨라루스 철도망을 무력화하는 작전을 펼쳤다. 이들은 철도 운영에 필수적인 신호제어기를 타깃으로 삼았다. 제어기가 파괴돼 자동신호를 받지 못하면 선로 위 열차 운행이 마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작전에 참가한 한 관계자는 “침공 이틀 후인 2월 26일부터 신호제어기를 겨냥한 공격이 5차례 있었고, 이 때문에 열차 운행이 거의 멈췄다”고 했다. 러시아군은 열차 운행이 중단되자 도로 수송으로 우회했으나, 이것이 침공 초기 고전(苦戰)하는 요인이 됐다. 당시 벨라루스 국경 지대에서 키이우 방향으로 64㎞에 달하는 호송 차량 행렬이 늘어섰다. 탱크와 트럭 상당수는 연료 부족과 고장으로 멈춰 섰다. 이 때문에 일부 부대는 식량과 탄약 없이 전선에 고립되기도 했다.

에밀리 페리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연구원은 “러시아의 철도 의존도를 감안했을 때, 이들의 작전이 우크라이나 북부 지역에서 러시아군 진격을 늦추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알렉산드르 카미신 우크라이나 철도 대표는 “그들은 용감하고 정직한 사람들”이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친러 정권이 장악한 벨라루스 당국은 이들의 추적과 탄압에 나섰다. 내무부 관계자는 “철도망을 훼손하는 것은 테러 행위”라며 “징역 20년에 해당하는 범죄”라고 밝혔다. 벨라루스 인권단체들은 이번 철도망 공격에 가담한 혐의로 최소 11명이 구금됐다고 WP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