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소련 시절 세워진 러시아와의 우정 기념 동상이 철거됐다. /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소련 시절 러시아와의 우호관계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던 동상이 철거됐다.

26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키이우 중심부에 있는 소련 시대 기념비를 철거했다고 밝혔다.

소련 건국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공간에 설치된 이 동상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노동자가 단 위에 올라 소련의 우정 훈장을 함께 들고 서 있는 모습을 본떴다. 높이는 8m에 달했다.

클리치코 시장은 “이 동상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우호를 상징해 왔다”며 “하지만 이 우정의 실체가 우크라이나 도시 파괴와 수만명의 목숨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해당 동상이 있던 공간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란 뜻을 담아 이름을 바꿀 계획이다.

철거 당일 동상의 머리 부분 2개가 나뒹굴었다. 철거 작업 요원들은 바닥에 떨어진 동상 머리를 제거하기 시작했고 곧 크레인이 동상을 들어 올렸다.

2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소련 시절 세워진 러시아와의 우정 기념 동상이 철거됐다. 철거 당일 바닥에 떨어진 동상 머리. /EPA 연합뉴스

이를 지켜보던 키이우 시민들은 “우크라이나에게 영광을”이란 구호를 외치며 환호했다. 일부 시민들은 잘려 나간 동상 머리에 앉아 기념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 동상 제작에 참여한 디자이너도 철거에 동의했다. 세르히 미로로드스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는데 우리가 러시아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라며 “러시아는 우리의 가장 큰 적이다. 그래서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우정 기념비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2월24일 시작된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에선 수천명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 도시와 마을은 러시아의 공격으로 폐허가 됐고 5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피란을 가게 됐다.

현재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이고 있는 전쟁을 우크라이나의 무장을 해제하고 파시스트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특수작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