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기지를 방문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 /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만에 중국의 해상 침공에 대비한 비대칭전 무기를 늘릴 것을 압박한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비대칭 무기로 러시아군에 저항하는 우크라이나군의 모습이 미국 정부의 이같은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체에 따르면 미국 전현직 관리들은 기동성과 정밀공격에 초점을 맞춘 비대칭 무기가 규모가 큰 중국군을 상대로 싸우는 대만군에 더 적합하다고 보고, 대만의 방위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비대칭전은 상대적으로 강한 적군에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고, 적이 보유하지 않은 다른 수단이나 방식 등 취약한 부분을 노리는 전투를 말한다.

NYT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 관리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번 전쟁에서 대전차 미사일인 재블린, 휴대용 대공 미사일 스팅어, 드론 등으로 대규모 보병을 앞세운 러시아군을 수도 키이우 주변에서 격퇴했다. 이를 지켜본 미국 정부는 대만에 기존 재래식 무기 판매 요구를 거부하고, 비대칭전에 적합한 다른 무기를 구매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대만 국방부는 미국 록히드마틴이 제조한 해상작전 헬기 MH-60R 시호크를 구매하려 했으나, 미국 정부는 이를 거절하기로 결정했다. 이 헬기는 대잠 공격, 탐색, 구조, 수송, 어뢰·미사일·기관포·로켓 탑재 등의 기능을 두루 갖춘 대형 기종으로, 재래식 전투에 적합하다. 이에 미국 정부는 해당 헬기가 중국군과 싸우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며 대만 측에 충고했고, 미국 내 무기 제조사들에게도 특정 무기에 대해선 대만과의 계약을 삼가라는 요청을 내렸다고 한다.

NYT는 또 전쟁 발발 시 섬나라인 대만에 무기를 공급하는 건 우크라이나의 경우보다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미국 일부 관리들은 대만에 대량의 군수품을 비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대만이 해안 설치 대공 미사일, 공격 드론, 기뢰 등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애초에 중국군이 대만에 상륙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2019년 대만에 M1A2 에이브람스 전차 108대를 포함해 22억 달러(약 2조8000억원) 규모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당시 이같은 결정에 대해 일부 미국 관리들이 실효성을 비판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만 탱크를 사용할 상황이면, 이미 중국군이 대만에 상륙해 지상전을 펼치는 경우라는 것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도 이동식 살상 무기를 대량 구매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자국군의 방위전략을 비대칭전으로 전환하려고 시도 중이다. 그러나 대만에선 비대칭전 중심으로 전략을 바꾸는 데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나온다고 매체는 전했다.